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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독수리 6남매’의 초라한 방중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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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정치부 기자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독수리 6남매’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취재를 할 때였다. 한 정치학과 교수가 기자에게 “1948년 남북협상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시 김구·김규식 같은 민족 지도자들이 ‘김일성의 농간에 말려들 것’이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남북 분단을 막겠다”며 평양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군 철수’ ‘5·10 총선거 반대’ 등 북한의 입맛에 맞는 공동 성명이 나왔다. 방북 의도와 상관없이 북한 내 김일성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교수는 “중국도 명확한 의도를 갖고 단단히 준비했을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신뢰를 논하면서 순수하게 접근했다간 이용만 당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우려처럼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 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9일 중국 판구연구소(盤古智庫)에서 열린 좌담회는 중국 측 전문가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반대 논리를 공개 선전하는 장이 됐다. 방중단의 일원인 신동근 의원은 한국 특파원들에게 “생각보다 중국의 반대와 염려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극렬히 반대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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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반면 이들이 남긴 짐은 무거워 보인다. 이들의 방중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여야는 다시 정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굴욕 외교’라고 방중 의원들을 비난하자, 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독수리 6남매’를 무조건 감싸고 도는 더민주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새누리당의 접근도 지나쳐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초선 의원 6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귀국 즉시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사죄하라”는 성명을 냈다. ‘미러링 효과(같은 자세의 반향동작)’라도 기대했는지 ‘초선’ ‘6명’을 작위적으로 맞췄다.

10일 오후 더민주 6명의 의원이 2박3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공항에는 1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드 6적’ ‘사대 외교’ 등의 피켓을 든 채 의원들을 기다렸다. 비행기가 도착한 지 50분가량 지난 오후 5시20분쯤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공항 대기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죄하라” “중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고성이 쏟아졌다. 이들은 방중 소감을 묻자 “국회에서 브리핑하겠다”고만 말한 뒤 200여 공항 경찰의 호위 속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결국 이들이 2박3일간의 방중에서 얻은 ‘성과’는 “중국은 사드를 반대한다”는 재확인이었다. “여당이 못하는 국익 외교를 하겠다”며 떠났지만 갖고 온 보따리가 초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유성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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