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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빨리빨리 문화’도 한국경제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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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골드먼삭스는 2007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50년 8만 달러를 넘어 세계 2위, 경제규모는 7위, 생활수준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영국의 국제경영연구센터는 골드먼삭스보다 20년을 앞당겨 203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7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달리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내 경제연구소는 물론 경제부총리까지 이구동성으로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20년 차이를 두고 일본을 닮아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경제개발 모델은 물론 우리의 산업 포트폴리오도 일본과 닮은꼴이다. 수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제철·조선·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은 모두 일본을 20년쯤 뒤따라갔고 1990년대부터는 서서히 우리가 그 주도권을 가져왔는데 이제는 중국이 우리를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소니와 도시바를, 포항제철이 신일본제철을 무력화시켰듯이 중국의 하이얼·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중국제철이 포스코를 맹추격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1964년, 서울올림픽이 1988년,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에 열렸고 오사카 엑스포(EXPO)가 1970년, 대전 EXPO가 1993년, 상하이 EXPO가 2010년 개최된 것 또한 서로 20년 정도의 시차를 보여준다. 내수와 주택수요 위축을 초래하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를 일본은 1997년부터 경험했고 우리는 2017년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한번 진입하면 일본보다 훨씬 더 심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청년 실업과 소득 양극화문제가 일본보다 심각하고 고령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노조는 훨씬 더 호전적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24명이나 배출한 일본에 비해 우리는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기초 과학 수준이 열악하고,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본이 부러워할 강점도 많다. 국회선진화법으로 퇴색되기는 했지만 대통령중심제 위에서 구심점 있는 정치 리더십이 있다. LPGA를 휩쓰는 여성 골프군단과 김연아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각종 시험에서 수석을 독차지하는 우수한 여성인력이 대한민국엔 있다. 골드먼삭스가 통일 한국이 되면 40년 이내에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일본까지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듯이 지금은 골칫덩어리이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은 대박으로 바뀔 것이다.

또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미국을 넘보고 있는 중국이 마치 우리 내수시장처럼 바로 곁에 있다. 여기에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불리는 우리 국민 특유의 역동성과 빨리빨리 문화는 일본의 매뉴얼문화와 차별되는 경제활력소다. 지은 지 30년 밖에 안 된 번듯한 아파트가 안전진단 불합격 판정을 받아 살기에 위험하다는데 주민들이 ‘경축 플래카드’를 내거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의 역동성이다. 일본 같으면 애초에 부실공사를 했다고 건설사를 고발했을 것이다.

몇 년 전 1978년에 문을 연 일본 나리타공항 화장실에 갔을 때 개항 당시 설치한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아직도 깔끔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매뉴얼 일본과 그들의 잃어버린 20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역동성과 빨리빨리 문화는 잃어버린 20년을 허락하지도 않겠지만 그 긴 시간을 참지 못할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는 궤도에서 탈출하여 세계 7위의 한국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정금융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강점을 살리고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꾸어야한다.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중후장대 산업구조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고 중국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을 키워야한다. 전봇대 뽑기 수준의 규제개혁이 아니라 규제의 틀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영국 수준의 노동 개혁과 우수한 여성인력 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일본을 우리의 발전모델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고 서비스산업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싱가포르의 오픈 이코노미(Open Economy)나 실리콘밸리의 창조정신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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