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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경의 Shall We drink] <28> 클래식 선율 따라 모차르트의 맥주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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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흐르는 잘자흐 강이 휘감아 흐르는 잘츠부르크 풍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는 모차르트의 숨결이 깃든 도시다. 어딜 가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Mozart, 1756~1791)에 대한 변주가 흐른다. 도시를 휘감아 도는 잘차흐(Salzach) 강 위 모차르트 다리를 건너면 모차르트 광장이 나오고, 광장 옆 동화처럼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Getridegasse) 안에는 모차르트 생가(Mazart Geburthaus)가 있다. 여행객들은 그 발자취를 더듬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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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헨 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나 역시 그랬다. 첫날부터 모차르트 관련 명소만 콕콕 찍어 돌아다녔다. 카페 퓌르스트(Cafe Fürst)에서 앉아 포장지에 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진 수제 초콜릿, ‘모차르트 쿠겔(Mozsrt Kugel)’을 한 입 베어 물 때만 해도 그저 황홀했다. 모차르트 생가에서 그의 손때 묻은 피아노를 마주할 땐 조금만 있으면 클래식에 귀가 뜨이고, 입에서 음표가 나올 것만 같았다. 참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대성당, 6살 모차르트가 공연을 한 레지덴츠, 모차르트 디너 콘서트까지 모차르트의 흔적을 쫓아다녔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가슴으로 음악을 느낀다 한들 하루아침에 클래식 마니아가 될 리 만무했다. 외려 한없이 우아한 이 도시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모차르트가 18세부터 25세까지 살며 150개의 곡을 썼다는 모차르트의 집(Mazart Wohnhaus)을 찾았을 때, 이런 게 궁금했다. 작곡이 끝나고 난 뒤, 그는 무얼 마셨을까? 고도의 집중 후 완성의 기쁨 혹은 마음의 헛헛함을 무엇으로 달랬을까? 시원한 맥주 한잔 쭉 들이키진 않았을까? 그렇담 무슨 맥주를 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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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비어 가든, 스티글 켈러로 가는 길.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호헨 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른 스티글 켈러(Stiegl Keller)에서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 20대의 청년 모차르트가 좋아한 맥주는 스티글(Stigel)이었다. 작곡 후에 마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나 난네들의 일기에 모차르트와 스티글을 즐겨 마신 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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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티글은 잘츠부르크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다. 왼쪽은 밀 맥주, 오른쪽은 필스너.


스티글은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둥글다’고 주장하던 1492년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의 ‘계단이 있는 작은 집’에서 맥주를 빚기 시작한 유서 깊은 맥주다. 계단이란 뜻의 이름, 스티글도 계단이 있는 집에서 만들기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 잘츠부르크에서 가까운 독일 뮌헨의 영향을 받아 밀 맥주(Weisse)와 붉은빛의 라거, 메르첸(Märzen)을 주로 만들어왔다. 메르첸이란  냉장고가 없던 시절 뮌헨에서 봄에 만들어 가을에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에 마시던 맥주를 말한다.

뮌헨과 차이점은 ‘맥주 순수령’ 때문에 오직 물, 몰트, 홉, 효모만 사용하는 독일 맥주와 달리 여러 허브를 넣은 맥주를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맥주 선택의 폭도 넓다. 낮부터 맥주가 부담스럽다면, 무알콜 밀 맥주나 라거에 레몬에이드, 자몽에이드 등을 섞은 라들러(Radler)를 마셔도 좋다. 라들러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맥주 칵테일로 맥주보다 도수가 낮고 상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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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이 돋보이는 스티글 양조장의 외관.


스티글켈러에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스티글 양조장(Stiegl Braubelt)가 멀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노란색 외관이 상큼한 스티글 양조장 앞에 서 있었다. 솔직히, 모차르트가 치던 피아노 공장 견학이라면 아침 댓바람부터 조르르 달려오진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났다.
 

스티글 양조장에서 맥주의 향과 쓴맛을 더하는 홉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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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를 내자, (세 종류의 맥주를 비교 시음 할 수 있는) 시음 티켓 3장과 안주용 과자, 머그잔을 줬다. 넉넉한 시음 인심에 감동하며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 시작 전 어떤 원료로 맥주를 만드는지 영상을 보고, 양조 과정과 설비를 가이드와 함께 찬찬히 둘러봤다. 현대화된 생산 장비로 업그레이드했지만, 방식만큼은 수세기 동안 이어온 전통을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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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 양조장에선 맥주 3잔을 시음할 수 있다. 식가 메뉴도 별도로 주문 가능하다.


마침내 시음 시간. 세상 진지하게 세잔의 맥주를 고르고 차례로 맛을 봤다. 첫 잔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말을 남긴 모차르트를 위해! 두 번째 잔은 사후에도 잘츠부르크 홍보대사를 하느라 쉴 수 없는 모차르트의 무한한 노고를 위해! 마지막 잔은 모차르트가 더 넓은 세계로 음악 여행을 떠났다면, 더 넓은 세계로 맥주 여행을 다닐 나를 위해! 그렇게 무언의 건배사를 읊으며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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