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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내우외환에 처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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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내우외환-.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는 지난 5년간 세계 평균 성장률을 밑도는 정체를 보이고 있다. 활력을 회복할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세계 속의 한국경제 위상은 점점 축소되게 될 것이다. 부와 소득분배 악화는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행돼 계층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분배 악화와 과다부채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중국 제조업의 추격은 한국의 산업 기반을 뿌리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고령화의 빠른 진행은 저소비, 저수요, 저투자, 저성장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 국민의 법질서, 국가제도, 정부 역할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고 반인륜적 범죄가 성행하며 사회질서가 해체되어 가고 있는데도 정치는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 다수는 장래에 대한 낙관보다 비관 쪽에, 기대보다 포기 쪽에 손을 들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국민투표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앞으로 세계가 나아가게 될 방향에 좋지 않은 조짐을 보여준다. 이미 상품, 자본, 정보시장에서는 국경이 없어졌다. 과학기술 발전, 냉전체제 종식, 개방 확산은 세계화 물결과 시장 통합을 가속화시키고 인류의 생활방식을 빠르게 변화시켜 왔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국제정치, 경제제도가 진화해 나가야 지구촌에 평화와 발전이 지속될 수 있다. 이제까지 유럽은 이러한 세계사적 변화에 부응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통합의 길을 걸어왔다. 17세기 이후 확립된 주권국가의 틀을 깨고 같은 표준, 같은 제도, 같은 법률, 공동 안보를 추구해 온 것이다. 유로존 19개국은 국가주권의 주요 상징인 화폐발행권, 통화정책까지 포기했다. 브렉시트는 이 통합의 길이 이제 당분간 이어지지 못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경제가 침체되고 먹고살기 어려워진 중산층이 ‘바깥 탓 돌리기’ 정치에 쉽게 동조하며 세계의 정치경제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방·협력보다 고립·배타를 호소하는 정치와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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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에도 세계는 소득분배 악화, 수요 위축,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와 장기 침체를 겪었다. 각국은 국내수요 위축을 해외수요로 보충하기 위해 경쟁적 환율 절하와 보호주의 정책으로 대응했다. 국제통화질서는 무너졌고, 경제의 무게 추는 유럽에서 대서양 건너로 옮겨가고 있었다. 국내경제의 어려움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정치세력이 국민에게 어필하고 협력보다 고립, 대립의 길을 치닫다가 결국 재앙적 결과를 맞았다. 유럽에서만 수천만 명의 인명이 희생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전승국 영국과 미국의 주도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나서게 되었다. 그런 영미에서 지금 브렉시트, 트럼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절대적 경제력·군사력 우위와 유엔·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력체제에 기반해 유지되던 전후 세계질서는 이미 한계를 노출했다. 미국은 영향력을 잃어가고, 중국은 기존 질서를 깨려 하고 있으며 중소국가들은 이제 원치 않는 것을 모두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 1930년대와 같은 통화전쟁, 보호주의의 각자도생 시대가 시작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당시 유럽과 미국의 지성과 자유주의·합리주의 정신이 오늘날보다 못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히틀러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독일인들이 선택한 지도자였다.

중국의 부상은 이미 세계정치, 경제질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변화는 전주곡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세계의 경제지도는 18세기 이전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3%에서 13%로 커졌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이제 중국의 변화는 세계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고 세계는 중국과 함께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동북아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상품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오늘과 같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만으로 향후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 상황에서 금융, 노동, 토지시장의 자유화 없이는 효율성을 높일 수 없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중국공산당 체제와 국가지배구조의 기반을 뒤흔드는 과정이 될 것이며 동북아와 세계의 정치·경제 지형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이러한 과정의 종속변수로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두가 앞으로 20~30년 내에 동북아, 더 넓게는 세계가 당면해 나가게 될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은 인재를 양성하고 국민을 통합시켜 깊어지는 내우외환에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배엘리트들은 부패하고 무감각해졌으며 기득권의 중심세력이 되었다. 국제정세에 대한 감각과 도덕성,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키우고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며 전반적 국가 제도 혁신을 해 나가지 않으면 다가오는 회오리바람에 나라가 어디로 쓸려가게 될지 모른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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