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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우주, 처녀자리 초거대 은하단, 국부은하군, 밀키 웨이 은하, 태양계, 지구

그림1 A Pale Blue Dot. 가운데 작고 희미한 파란 빛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이 사진은 태양계 경계에 접근한 보이저 1호가 촬영했다.


대혁명이 일어나기 7년 전인 1782년, 프랑스에서는 아주 기이한 소설이 한 편 출간된다. 200여 편의 편지로만 가득 찬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의 서간문학 『위험한 관계』였다. 출간 당시에는 형식적으로도 익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락한 귀족사회를 묘사한 충격적인 장면들로 인해 혹평 속에서 잊혀진 작품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공도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라클로의 눈에 보인 것은 타락한 귀족사회의 사생활이 아니고, 무너져야 할 낡은 시스템의 말기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로운 사회가 태동할 전조를 상당히 독특한 방법으로 본 것이다. 소설 속의 편지들은, 말보다 더 정교하게 복잡한 사건들을 엮어내어 정해진 파멸을 이끌어 낸다. 한 사람에게 보내는 작은 종이는 아주 많은 의미들을 전달할 수 있었다.


반면에 받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보내진 편지들이 모인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 같은 서간문학도 있다. 나의 비밀을 공유할 그 누군가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고, 글을 쓰면서도 이 편지가 내가 글을 쓰는 그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수취인 부재가 오히려 나라는 존재의 위기를 더 간절히 담아내게 된다. 죽은 이에게 보내진 편지들에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쓰는 편지에는 담아낼 수 없는 깊이가 글에 밴다.


 별자리 이름은 우주의 주소인간은 같은 방법으로 밤하늘과 대화했다. 인간은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나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나를 비추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내가 보인다. 라클로의 편지에 있는 내면의 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만일 조금 더 깊은 존재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자연 앞에 서볼 수도 있다. 받는 이는 없지만, 테루의 편지 글을 자연에 보낼 수 있다. 어쩌면 가장 궁극적인 인간 존재의 거울은 밤하늘을 통해서 마주하는 우주일 것이다. 밤하늘에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세상 속의 고통이 우주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여름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계절이다. 닫힌 천장을 벗어나, 열린 밤하늘을 만나게 된다. 달이 없는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에는 9000개의 별들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름이 없는 별들이지만, 특별히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별자리에서 빛나는 수백 여 개의 선택된 별들도 있다. 밤하늘에 수많은 동물을 그린 것은 기원 전 수 천년 전 유목민들이었다. 그 별자리들은 많은 사연들이 보내지는 우주의 주소였을 것이다.


여름밤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면, 여름의 대삼각형을 찾을 수 있다. 거문고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그리고 북극성을 뒤로하고 날아가는 백조자리의 데네브로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혹시 빛공해가 없는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면, 직녀성으로 알려져 있는 베가와 견우성으로 알려져 있는 알타이르 사이에서 은빛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정된 특정 좌표는 나와 하늘을 이어주고, 나를 하늘에 비춰 볼 수 있게 된다.


 태양은 ‘밀키 웨이’ 은하의 가장자리에천문학이 발전하면서, 밤하늘의 신화는 사라졌지만, 인간과 우주의 대화가 끝나지는 않았다. 칼 세이건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아닌, 거울 속에 들어가서 인간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했다. 1980년대 보이저 1호는 화성과 그 위성을 탐사하는 주임무를 완수하고, 태양계 밖을 탐험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세이건은 보이저 1호의 시야에서 지구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카메라를 태양 쪽으로 돌려서 지구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했다.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것은 기기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1990년 밸런타인데이에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간이 우주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철학적인 사진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희미한 파란 점(A Pale Blue Dot)’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다. 그림1에서 보면 의미 없는 빛 노이즈 속에 픽셀 크기보다도 더 작은 파란 점이 보인다. 이 희미한 파란빛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이다. 우주와 편지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먼저 이 파란빛의 주소를 알 필요가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대부분의 별들은 ‘밀키 웨이(Milky Way)’라고 불리는 한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천문학자들은 밀키 웨이 내부에 대략 4000억 개의 별들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이 많은 별들 중에서 9000개 정도의 밝은 별들만 보인다. 태양은 이 밀키 웨이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다.


 

그림2 안드로메다 자리와 삼각형 자리에 있는 M31과 M33은하. 그림에서 검은 점은 별들이고, 붉은 점은 은하다.


그런데 맨눈으로 보이는 밤하늘에 밀키 웨이 은하의 별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2에 있는 안드로메다 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사슬에 묶여 있는 안드로메다의 오른편에 붉은 타원으로 표시된 M31을 찾을 수 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M31은 밀키 웨이 은하의 별들이 모여 있는 성운이라고 믿어졌다. 하지만 M31은 밀키 웨이 은하와 같은 또 다른 별들의 세상이다. 이 M31은하에도 수천억 개의 별들이 있고, 이 많은 별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림에서처럼 한 개의 별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은하 주변에는 이 M31과 같은 은하들이 58개 정도 분포하고 있다. M31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삼각형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삼각형 꼭짓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M33도 찾을 수 있다. 맨눈으로도 이런 은하들을 대략 10개 정도는 직접 볼 수 있다.


이 은하들은 우리 은하와 함께 작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 그룹을 국부(局部)은하군(Local Galactic Group)이라고 부른다. 이 국부은하군의 중심은 우리 은하와 M31 은하를 잇는 선상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선상을 따라, M31 은하는 초속 110km의 속도로 우리 은하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앞으로 40억 년이 흐르고 나면 두 은하는 충돌하여 하나의 거대 은하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가 있는 태양을 찾기 위해서는 58개의 국부은하군에 있는 은하들 중에서 우리 은하를 먼저 찾아야 하고, 이 은하에 있는 4000억 개의 별들 중에서 태양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 국부은하군보다 더 큰 세상도 있다.


 

그림3 우리 은하 주변에 있는 거대구조. 필라멘트 지역과 우주장벽에 분포하고 있는 은하들과 텅비어 있는 보이드(Void)가 보인다.


필라멘트라 불리는 초거대은하단지구는 환경에 따라 열대성지역, 온대성지역, 초원, 사막 및 툰드라 지역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기후에 따라 인구의 밀도는 크게 달라지게 되는데, 우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3에는 은하의 분포에 따른 우주의 지역이 필라멘트, 우주장벽 그리고 보이드(Void)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중에서 보이드는 고밀도지역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거대한 빈 공간이다. 사막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처럼, 이 보이드에서 발견되는 은하 그룹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은하들은 필라멘트라고 불리는 초거대은하단(Supercluster)에서 발견된다. 우리 은하가 있는 58개의 국부은하군도 바로 필라멘트 형태로 발달한 처녀자리 초거대 은하단(Virgo Supercluster)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드물게 우주장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 있는 은하들도 있다. 우리 은하 근처에는 코마(Coma) 장벽, 조각가자리(Sculptor) 장벽 그리고 켄타우루스(Centaurus) 장벽 등이 존재한다. 이렇게 우리들의 우주 주소에는 국부은하군 앞에 처녀자리 초거대 은하단이 자리하게 된다.


우주는 무한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주가 유한할 수도 있지만, 그 증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관측되는 모든 자료는 우주가 무한하다고 가정한 이론과 잘 맞는다. 이론적으로 우주가 무한하지만,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우주의 나이 또한 유한하기 때문에, 관측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이 관측가능한 우주 안에는 대략 2000억 개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주의 우편배달부가 이 2000억 개의 은하를 헤치고 보이저 1호가 촬영한 ‘희미한 파란 점’에 사는 우리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우주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관측가능우주, 처녀자리 초거대 은하단, 국부은하군, 밀키 웨이 은하, 태양계, 지구.


 우주와의 대화 더 정밀하게 진화안드로메다 은하를 M31이라고 부르고 보면, 꿈이 사라지고 낭만이 사라진 밤하늘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과 우주의 대화마저 그렇게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정밀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대의 천문학은 인간을 비추는 거울에서 환상을 지우고 사실을 보여 준다. 이제 하늘에 신화와 영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저 멀리 M31에 있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우리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런 은하들이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모여서 텅 빈 전구 속을 밝히는 것처럼 보이드 주변에서 빛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다. 이제 구글 어스가 아닌 구글 우주도 가능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부터 모두가 어리석은 개발이라고 하던 위치 서비스 기능을 연구했다. 지금은 이 위치 서비스가 없이 구동하는 앱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 우주의 위치 정보가 지금은 무용지물일 수 있지만, 이런 것도 소홀하게 지나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송용선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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