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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의 축복(=석유)'은 안녕…사우디, 저유가 재정난에 비자수수료·벌금 속속 인상

오일머니가 넘쳐나던 사우디아라비아, 이젠 옛말이 됐다.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 덕에 풍요를 누려왔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부딪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2014년 7월 91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월 33달러까지 추락했다. 유가는 그 후 몇 차례 반등했지만 여전히 40달러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가 이런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와 벌금을 올리면서 푼돈 끌어모으기에 나섰다고 10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규정을 고쳐 오는 10월부터 외국인에게 발급해주는 6개월짜리 비자 수수료를 지금의 6배인 800달러(약 88만원)로 올리기로 했다. 2년 복수비자(상용비자) 발급비는 무려 8000리얄(약 234만원)에 달해 업무차 사우디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도 대폭 인상했다. 특히 현지 남성들이 즐기는 ‘드리프팅(drifting)’을 하다 처음 적발되면 2만 리알(약 586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드리프팅은 자동차로 코너를 돌 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높인 뒤 의도적으로 핸들을 꺾어 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자동차 경주 기술이다.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은 사우디에선 폭주나 드리프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젊은이들이 많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도 드리프팅을 하다 걸리면 징역과 태형을 선고받지만 이제는 막대한 벌금까지 추가됐다. 이 밖에 길거리 광고판에 광고하는 비용도 3배로 올렸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저유가 시대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볼 때 태양열·수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고효율·저가의 에너지원으로 발전되면서 석유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로 각국이 화석 연료인 석유 소비를 줄이는 추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사우디는 2014년 말 이후 외환 보유액이 15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980억 달러(약 108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부왕세자(31)는 국영방송 ‘알 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5년간 추진할 ‘비전 2030’ 계획을 설명하면서 “사우디는 석유에 중독돼 있어 위험하다. 2020년부터는 사우디도 석유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원유 이외의 재정수입을 현재 1635억 리알에서 2020년말까지 5300억 리알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예산 감축에 나섰고 수도·가스·전기료 등을 인상했다. 공공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공무원 임금 지출도 5% 줄일 방침이다. 또한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간접세를 늘려 세수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수십 년간 오일머니를 이용해 국민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전기와 수도 무상 공급 정책 등을 펼쳐왔다. 사우디 국민 입장에선 공짜로 누리던 것들이 부가세까지 내야하는 구조로 바뀌어 국민의 체감 온도가 급변한 셈이다. 이런 세금이나 벌금·수수료 인상이 저유가 타격을 만회할 수는 없다. 타메르 엘 자야트 사우디 국립상업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비자수수료·수도료·전기료 등 여러 가지 요금을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상징적인 메시지”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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