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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기자의 새누리 전당대회 참관기] 자기 브랜드 없는 경쟁…샌더스 같은 미래 담론은 없었다

지난달 25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보다 경선에서 패한 버니 샌더스를 더 빛나게 만든 건 그의 연설이었다. 그는 찬조연설에서 “최상위 1%에 소득 85%가 편중되는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자신에게 닥칠 미래가 무서워 죽을 것만 같다는, 시급 10.45달러로는 어린 딸을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싱글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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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가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장에 입장하며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김광림 정책위의장,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 정갑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 오상민 기자]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토론했던 이슈들이자 샌더스 자신이 꿈꿔온 미국의 미래였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사람, 힐러리 클린턴은 놀라운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그의 연설은 미국의 미래를 말했고, 청중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후보 모두 ‘나만이 할 수 있다’ 주장
누구도 어떻게 할 지는 언급 안해
반성은 부족 ‘오더 투표’ 수군거림만
계파 갈등 해소, 친박의 과제로

“저쪽(더불어민주당)은 비호감 리그, 우리는 마이너리그야~.”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도권의 중진 의원이 청와대 관계자들 앞에서 농담조로 내뱉은 푸념이다. 양천구에서 왔다는 70대의 남성 대의원도 기자에게 “뽑을 사람이 없다. 당 대표를 하려면 최소 1년은 준비했어야 하는데 기껏 20일이나 40일 준비해 놓고 뽑아달라니…”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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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브랜드가 없는 마이너 후보들, 하지만 경량급 후보들의 그 빈약한 무게감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그들의 경량급 담론’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4·13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혁신의 플랫폼을 새로 짜겠다며 다짐한 행사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이들에게서 당 위기에 대한 진지한 진단이나 고민은 찾기 힘들었다.

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은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비웃을 때 저를 발탁해준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던 수직적인 당·청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당내 계파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안도 그의 원고에선 빠졌다. 차점자인 주호영 의원은 “끝까지 힘을 합치고, 절박하고 간절하게 노력하면 국민 여러분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 단일 후보로 나선 그 역시 어떻게 친박계들과 힘을 합칠지엔 침묵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4번 타자가 되겠다”며 야구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지만 자신이 왜 4번 타자인지에 대해선 ‘정책위의장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로 궂은 일을 해왔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모두들 ‘나만이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말하지 않았다.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저 좀 살려주십시오’라고 읍소했지만 ‘당을 이렇게 살리겠다’는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특정 후보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소위 ‘오더 투표’ 논란에 대한 수군거림만이 행사장을 채웠다.

‘미래를 말하지 않는 선거’에서 승부를 가르는 건 계파와 지역, 그리고 개인적 호불호다. 친박계가 압도적인 당내 역학관계에서 이변은 없었고 오히려 총선 참패 후 들어서는 새 지도부의 친박 색채는 더 뚜렷해졌다. “영남지역의 친박계 조직표가 이정현 의원에게 쏠릴 것”이란 예상은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이정현 신임 대표는 당선 직후 “오늘부터 새누리당에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다. 비박계의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나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돼 온 서청원·최경환 의원 모두 이날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당을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치열한 진단과 반성 없이, 또 미래에 대한 토론 없이 계파 갈등이 저절로 없어질까. 당 지도부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전당대회 승리보다 더 어려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글=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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