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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갱 소굴 ‘파벨라’ 싸움꾼 소녀…가난·인종차별 메쳤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곳을 ‘신의 도시(the city of god)’라고 불렀다. 리우 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리는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불과 8㎞ 떨어진 곳. 빈민촌 파벨라(favela)는 악명 높은 무법천지다. 앳된 소년들이 갱이 되고 대낮에도 총성이 들리는 신의 도시는 사실 ‘신이 버린 도시’라는 현실의 지독한 역설이다. 이곳에서도 희망은 억척같이 싹을 틔웠다. 파벨라에서 나고 자란 하파엘라 시우바(24)가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시우바는 9일(한국시간)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도르즈수렌 수미야(몽골)를 절반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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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에서 우승한 하파엘라 시우바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며 기뻐하고 있다. 시우바는 개최국 브라질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리우 AP=뉴시스]

세계랭킹 11위인 시우바는 강적들을 잇따라 꺾었다. 16강에서는 한국의 김잔디를 물리쳤고, 4강에서는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코리나 카프리오리우(루마니아)를 연장 접전 끝에 이겼다. 금메달을 딴 순간 시우바는 감격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브라질 첫 금메달 시우바 스토리
대낮에도 총성 울리는 범죄 도시
언니와 뭉쳐 남자들과 싸움 일쑤
참다 못한 부모가 유도장에 보내
“생존 위해 먼저 공격” 길거리 교훈
팔에 오륜기 새기고 세계 1위 꺾어

그의 눈물 속엔 전쟁처럼 치열했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도복에 가려진 시우바의 오른팔 안쪽에는 문신이 있다. 인생의 목표인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 그리고 ‘하느님은 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계신다’는 포르투갈어 문구다.

파벨라에서 시우바는 그의 언니 라켈 시우바와 더불어 거리의 싸움꾼으로 살았다. 자매는 동네 소년들과 맨몸으로 부딪쳤다. 학교를 일찍 마친 동생이 먼저 싸우면 나중에 언니가 가세하곤 했다. 라켈은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벨라에서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곳에서 당신이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먼저 공격당할 거예요. 이건 생존이 걸린 게임이죠.”

자매의 인생은 2003년 유도를 만나며 달라졌다. 싸움이 일상이 된 자매를 걱정한 부모가 인근의 유도장을 다니도록 한 것이다. 두각을 나타낸 하파엘라 시우바는 건실한 스포츠인으로 거듭났다. 그는 “유도에는 룰이 있다. 그것이 길거리 싸움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시우바를 가르쳤던 스승 제랄두 베르나르데스는 “시우바는 항상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이 공격성이 유도를 만나면서 스포츠 정신으로 승화됐다”고 말했다.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시우바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16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를 더 좌절하게 만든 건 고국에 돌아온 후 쏟아진 인종차별과 멸시의 시선이었다. 시우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도착한 편지에는 ‘원숭이를 위한 우리를 준비 중이다. 너는 올림픽 대표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우리 가족은 놀랐고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백인과 흑인·혼혈 등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브라질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우바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유도를 통해 그 현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인종차별과 맞서 싸웠고 이번에도 이겼다. 금메달을 딴 시우바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신의 도시’ 아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곳의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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