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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뒤틀린 손, 굽은 발, 눈가 흉터…그대들 도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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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울퉁불퉁해 반지를 끼기 쉽지 않아요.”

몸 곳곳에 피땀 흘린 영광의 상처
정보경, 종일 도복 붙잡고 메치기
“손마디 울퉁불퉁해 반지도 못 껴”
손연재, 늘 토슈즈 신고 매트 굴러
“참 못생긴 내 발, 샌들 못 신어요”
신아람, 검에 찔려 허벅지에 피멍
“치마 입고 싶지만 긴바지 찾게 돼”

리우 올림픽 여자유도 48㎏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25·안산시청)은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여자의 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거칠었다.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시절.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낭자들에게 그런 여유와 낭만은 없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 인생을 건 승부를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그들에게 패션은 사치일 뿐이다. 화려한 액세서리 대신 그들의 몸 곳곳에는 피땀의 흔적, 영광의 상처가 남아 있다. 여자의 멋을 포기한 대가로 그들은 선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손과 발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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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53㎝의 작은 거인 정보경은 지난 7일 리우 올림픽 여자유도 48㎏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가락 부상을 입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8일 만난 정보경은 “하루도 쉴 틈 없이 상대 도복을 잡아야 한다. 나보다 무거운 상대를 들다 보니 손이 이렇게 됐다”며 “손가락 마디마디가 항상 아프다. 마디가 굵어 반지를 아주 크게 맞추거나 아예 못 낀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커플링도 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짧은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인 정보경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머리를 짧게 자르기 시작했다. 경기하다가 머리카락이 내려오면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점점 짧은 머리를 하다 이렇게 됐다”며 “나도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긴 생머리를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꾹 참겠다. 이후에는 원 없이 기르겠다. 시집은 가야 하니까”라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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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의 발은 발레리나 강수진(49)의 발처럼 상처투성이다. 매트 위를 뛰고 구르고 넘어지며 생긴 것들이다. 손연재는 “리듬체조는 항상 슈즈를 신어야 하니까 발 모양이 변형된다. 엄지와 검지 발톱을 뺀 나머지 발톱은 늘 상해 있다”며 “발목 부상을 달고 산다. 인대와 아킬레스건, 발바닥도 아프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손연재는 “내 발을 보면 참 못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발가락이 나오는 샌들을 신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종고 1학년 때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손연재는 러시아 선수들에게 밀려 매트 끝에서 혼자 훈련했을 만큼 설움도 많이 받았다. 1년에 훈련비가 3000만원 정도 들었다. 어렵게 떠난 유학이어서 아파도 쉴 수 없었다. 손연재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생활은 외롭다. 맨날 트레이닝복만 입다가 하루쯤 예쁜 옷을 입고 시내를 걸어 다니며 머리를 식힌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평범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내 모든 걸 리우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5위를 기록한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다. 상파울루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 아래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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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만난 펜싱 신아람(30·계룡시청)의 허벅지에는 피멍이 보였다. 많은 훈련과 경기를 치르는 동안 검에 찔린 자국이다. 신아람은 “중2 때 펜싱을 시작했다. 검에 처음 찔렸을 때는 너무 아팠지만 갈수록 무뎌졌다”며 “그렇지만 요즘도 피멍이 들고 심하면 피가 나기도 한다. 쉬는 날에는 나도 치마를 입고 싶지만 별 수 없이 긴 바지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신아람은 11일 단체전에 나서 메달에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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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레프트 김연경(28·페네르바체)의 손도 예쁘지 않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강스파이크를 날리느라 손이 항상 저린다. 세터 이효희(36·도로공사)도 손가락 관절염을 달고 산다. 센터 양효진(27·현대건설)은 블로킹을 자주 하다 보니 손가락이 퉁퉁 붓고, 모양이 변형돼 있다. 김연경은 “경기를 앞두고는 손톱을 기를 수 없고, 매니큐어도 못 바른다”며 “휴가 때나 기분전환 삼아 매니큐어를 바른다”고 말했다. 예선전 1승1패를 기록 중인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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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하키 한혜령(30·kt)의 예쁜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하키 스틱을 들고 뛰어서다. 그녀의 오른쪽 눈두덩에는 1㎝가량의 상처가 있다. 3년 전 상대가 때린 공에 얼굴을 맞아 네 바늘을 꿰맸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부러울 만도 하지만 한혜령은 “괜찮다. 도전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우=박린·피주영·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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