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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공장서 악취·쇳가루…폭염에 창문도 못 여는 주민들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 사는 김종수(61)씨의 집 앞 계단은 항상 시커먼 먼지가 가득하다. 쓸어내도 그때뿐, 하루만 지나면 다시 쌓인다. 그냥 먼지도 아니다. 자석을 대면 까맣게 달라붙는 쇳가루다. 김씨의 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마을에 사는 187가구가 모두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인천 사월마을 시커먼 먼지 쌓여
“인근 쓰레기매립지서 날아와”
동두천·원주서도 생활밀착형 공해
환경단체 “지자체 더 적극 나서야”

김씨는 “쇳가루 때문에 창문이나 장독 뚜껑을 열 수도 없고 밖에 빨래를 널 수도 없다”며 “쇳가루가 실내로 들어올까 봐 문틈도 휴지 등으로 틀어막고 가족들에게는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꼭 쓰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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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사월마을 주민들은 수년째 쇳가루 먼지로 고통 받고 있다. 무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한 주민이 자석으로 흙먼지 속에 쇳가루가 어느 정도 섞여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주민들은 1990년대 마을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들어서면서부터 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들어 마을 인근에 20~30여 개 업체가 생기면서 상황이 심해졌다. 인천 서구에 따르면 이 마을이 속해 있는 왕길동에 들어선 재활용 업체 등은 80여 곳이다. 마을 옆에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운반하는 도로인 드림파크로도 있다.

김일환(51) 통장은 “바람이 불면 매립지에서 풍기는 악취보다 쇳가루 먼지가 더 큰 고민”이라며 “서구청에 더 이상 재활용 업체의 설립이나 규모 확대 승인을 내주지 말고 기존 공장 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사월마을은 공장이 주변에 몰려있는데다 매립지 운반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을 인근 공장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먼지와 악취 등 ‘생활 밀착형 공해’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주로 공장 등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접수된다. 특히 요즘같이 폭염이 계속되면 피해가 더 심각하다. 주민들은 한여름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생연동 주민들은 수년째 악취로 고생하고 있다. 인근에 축산농가와 음식물처리업체 등 20여 곳이 있어서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악취는 더 심해졌다. 한 주민은 “악취를 막으려고 현관문과 창틀마다 외풍 차단용 문풍지를 붙였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 우산·태장동 지역도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9일 환경운동연합에 접수된 민원만 180여 건이다. 주민들은 악취의 근원지를 우산산업단지와 인근 가축 분뇨처리장·강원바이오에너지(주) 등이라고 주장한다. 주민 정모(32)씨는 “갑자기 썩는 냄새가 진동해 밖에 다니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각 지자체들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천 서구는 환경오염 물질과 악취·비산먼지 배출 업소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접수된 대기오염과 관련된 민원(1837건)의 85.6%(1572건)가 서구에서 나왔다. 그러나 환경오염 물질 배출 업소는 2300~2500곳으로 추산되는데 단속 인력은 고작 10명이다. 서구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는 다른 지역보다 단속 인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는 10일 유관기관과 우산·태장동 일대 합동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피해 지역 일부 주민들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악취 배출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고발이나 폐쇄 명령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현재 울산·경기·충남·인천 등 11개 시·도의 33개 지역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은 “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은 배출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행정당국은 갈등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들에게 맡기기보다 적극 개입하고 관리 방안이 미흡하다면 조례제정 등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동두천·원주=최모란·김민욱·박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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