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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동물왕국’ 리우 골프장, 악어가 공 물고가면 1벌타

“커다란 발자국이 움푹 패인 걸 봤어요. 제 발 길이의 반 정도 돼요.” 남자 골프 국가대표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왕정훈(21)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11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가 열리는 올림픽 골프장은 ‘사파리 코스’다. 주요 경기장이 밀집한 올림픽 파크에서 15㎞ 정도 떨어진 바하 다 치주카 해변에 있는 이 골프장은 야생 동·식물 보호를 콘셉트로 조성됐다. 코스 곳곳에는 ‘야생 동·식물을 법으로 보호한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러프 지역에는 동물의 배설물이 쌓여 있다.

사파리 같은 올림픽 코스 가보니
친환경 설계 야생동물 263종 서식
3번 홀은 길이 1m 대형 쥐 소굴
10번 홀 뒤 숲엔 보아뱀도 살아
올빼미 굴에 공 빠지면 벌타 없어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길 한스(미국)가 설계한 이 코스는 영국의 친환경 골프장 인증기관인 GEO(Golf Environment Organi zation)로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선수들과 갤러리들에겐 난감한 상황이 자주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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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홀에서는 설치류과에 속하는 커다란 쥐 카피바라가 자주 출몰한다. 몸길이 1m, 체중이 40~60㎏이나 된다. 생김새뿐 아니라 걸음걸이까지 느릿느릿해 쥐보다는 돼지에 가까워 보인다.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습성은 온순하다. 초식 동물인 카피바라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얼음처럼 그 자리에 멈춘다. 카피바라는 이 골프장에만 약 4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의 명물이긴 하지만 페어웨이 잔디를 파먹고 굴을 파놓는 습성 때문에 골프장 관리원들에겐 반갑지 않은 동물이다.

10번 홀 페어웨이 왼쪽에 있는 해저드는 카이만 악어의 집이다. 카이만 악어의 몸길이는 평균 1m50㎝다. 이 코스에 살고 있는 악어는 ‘눈꺼풀 카이만’이다. 이름처럼 눈꺼풀이 처진 생김새다. 다른 악어와 달리 카이만 악어에겐 공격성이 전혀 없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 남자 골프대표팀 감독 니코 바셀로스는 “이 골프장에 카이만 악어가 3~4마리 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애완용으로 카이만 악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12번 홀 우측 러프에는 굴 올빼미 집이 있다. 굴 올빼미는 굴 모양의 둥지를 파 놓고 그 안에서 산다. 올빼미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올빼미 집 앞. 걸음을 조심하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세웠다. 기자가 굴 가까이 다가가자 놀란 눈을 한 올빼미가 둥지 밖으로 튀어나왔다.

해안을 향해 홀이 만들어진 10번 홀 뒤는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이 숲에는 나무늘보와 보아뱀, 원숭이 등이 살고 있어 출입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다. 영국의 웹매체인 미드데이는 “골프장 건설 전에 118종의 야생 동물이 서식했다. 완공 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263종으로 늘어났다.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는 야생 동물과 마주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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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골프연맹(IGF)은 굴 올빼미 둥지에 볼이 빠질 경우 벌타를 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동물이 볼을 가지고 사라진걸 본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로스트 볼’ 처리가 돼 1벌타를 받는다. 바셀로스 감독은 “이 곳에 온 선수들은 자연과 진짜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겨울로 접어든 리우는 바람막이 자켓을 입어도 쌀쌀한 날씨다. 게다가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이집트 숲모기의 서식지인 워터 해저드에 대한 대대적인 방제 작업이 진행됐다. 코스 곳곳을 돌아봐도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 한국 남자 팀 감독 최경주(46·SK텔레콤)는 “주사를 네 방이나 맞고 왔는데 괜한 고생을 했다”며 웃었다.

글·사진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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