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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대한민국 국력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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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JTBC 사회 2부 차장

대한민국의 ‘국력(國力)’을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저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 경험을 얘기할 때면 ‘북극 출장’을 꼽곤 한다. 지난 2012년 여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의 니올레순으로 취재를 갔다. 북위 79도의 동토다. 여기엔 ‘북극 다산과학기지’가 있다. 아무나 끼워주진 않는다. 독일·프랑스·중국 같은 11개 강국의 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과학기술은 기본이다. 경제력·외교력·국가 위상 등을 더한 ‘총합적 국력’이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당시 극지에서 느낀 자부심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다.

북극 한풍이 더욱 그리운 요즘 무더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우리 처지는 무력감을 더욱 부채질한다. 북한 미사일, 주한미군 방어, 중국의 보복 우려, 배치 지역 반발 등이 얽힌 ‘고차 방정식’을 놓고 쩔쩔매는 모습이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또 어떤가. 세계 2위라는 이 독일 회사는 한국 시장을 ‘졸(卒)’로 보는 것 같다. 미국에선 논란이 불거진 뒤 17조원 가까운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미국과 한국은 법이 다르다’면서 제대로 사과조차 않는다. 그만큼 우리 정부의 행정력을 우습게 여긴 것일까.

지난해 이맘때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그동안 이룬 성취와 높아진 국가적 역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사드와 폴크스바겐 사태처럼 잇따라 ‘동네북’ 신세가 되는 걸 보면 머쓱할 뿐이다.

대체 우리의 역량과 위상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은 2000년대 중반, 우리 국력을 세계 9위로 평가한 적이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도 지난 2014년 주요 20개국(G20)의 종합 국력을 비교해 한국을 9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국방력·과학기술력 같은 하드 파워는 강하지만, 정치력·사회자본력·외교력 같은 소프트 파워는 분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합 진단을 해보면 경제력은 수십 년 전보다 월등히 나아졌지만, 다른 분야가 뒷받침을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엔 ‘체력이 국력’이라고 하던 단순한 시절도 있었다. 요즘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값진 금메달을 거머쥐는 걸 보는 한국인이라면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체력과 함께 챙겨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미숙한 국정 관리력, 불신을 사는 국회의 입법 역량, G20 중간 수준인 외교력처럼 혁신 과제가 한둘이 아닌데, 대부분 미로에 갇혀 제자리를 도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미국 드라마 ‘뉴스룸’ 첫 장면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앵커 윌 매커보이는 더 이상 미국이 가장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면서 말한다. “문제를 푸는 첫 단계는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데 있다(The first step in solving any problem is recognizing there is one).” 어쩌면 우리는 문제를 인정하는 자각 능력조차 잃어 가는 게 아닐까.

김준술 JTBC 사회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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