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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인류] ‘1초의 캣워크’ 별들의 공항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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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일상적인 옷차림을 연출하는 공항 패션. 누가, 어떻게, 언제 입고 나타나느냐에 따라 마케팅의 성패가 갈린다. [사진 중앙포토·발렌티노·샤넬]

지난 달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가수 겸 배우 수지의 차림새는 한 계절을 앞서 갔다. 한낮 기온이 섭씨 33도에 이르는 폭염에도 긴 소매 원피스와 발목까지 올라오는 겨울 부츠를 신었다. 분명 패션쇼장이 아니지만 업계에선 이런 비정상의 옷차림을 정상으로 여긴다. ‘1초의 캣워크’라 불리는 공항 패션이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출입국 옷차림을 일컫는 이른바 공항 패션이 업계의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 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스타들의 일상을 가장해 기획된 스타일링으로 신제품을 홍보한다. 대중 역시 협찬을 위한, 협찬에 의한 패션이란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패션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고 있고 그만큼 업체들의 전략 역시 정교해진다. ‘셀럽(유명인)의 연출된 리얼리티’ 공항 패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 봤다.

2010년 전후 패션 신조어로 등극

국내에 공항 패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0년 즈음, 톱스타 전지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과거 공항에서 무방비로 찍혔던 그의 사진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개된 것이 발단. 전씨가 이를 속상해하자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모 브랜드와 일을 꾸몄다. 그 다음 해외 일정 때 아예 공항 패션 사진을 제대로 찍어 언론에 배포한 것.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터넷 포털에 노출되자마자 매장에서 외면 받던 800만원대 타조백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국내엔 입고되지 않은 제품이었던지라 같은 디자인의 가죽 제품이 동나고 본사에 해당 가방을 추가로 주문하는 이변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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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고소영(콜롬보·돌체 앤 가바나·발렌시아가 등)

이후 업계에서 공항 패션은 매혹적인 런웨이가 됐다. 2010년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나며 입었던 공항 패션이 대표적이다. 500만원대 재킷, 600만원대 가방, 40만원대 스니커즈 등을 입고 걸친 커플은 그 자체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됐다.

이뿐일까. 2014년 이영애가 공항 패션으로 선보인 구찌의 뱀부 쇼퍼백의 경우 출시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공항에 나온 이후 베스트셀러로 변신했다. 올 봄 신민아가 입었던 발렌티노의 점퍼는 남성용임에도 솔드아웃 됐고, 버버리가 연출한 공항 패션은 ‘최지우 트렌치’ ‘전도연 트렌치’ 식의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차기작 준비하며 쉬는 톱스타 여배우 선호

공항 패션을 단순한 사진 한 장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출국장에서 찍히는 몇 컷이 주목받기까지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단 누구에게 입힐 것인가가 전략적이다. 세련된 이미지에 멋스러워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관련 행사에 빈번하게 등장하거나 이미 다른 브랜드와 계약이 돼 있어 제품 노출이 제한될 수 있는 인물은 꺼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품 하나 잘 끝내놓고 차기작 할 때까지 쉬고 있는 톱스타 여배우가 섭외 일순위”라고 입을 모은다. 드물지만 송혜교처럼 아예 공항 패션을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목적에 따라 섭외 인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젊은 아이돌 스타를 택하는 건 당장의 매출보다 미래의 소비자인 20대의 눈길을 끌어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다. 2~3년 전 소녀시대·2NE1 등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버버리·펜디 등을 입고 공항 패션을 선보인 건 그런 배경에서다.

섭외 다음은 협상이다. 찍힌 사진을 얼마나, 어떻게 노출할 것인지까지 명확하게 결정한다. 가령 사진 촬영이 출국 장면만인지, 해외 입국까지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물론이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경우 몇 회까지 가능한지도 협의 조건에 포함된다. 또 스타의 개인 SNS에 팔로워가 많을 경우 이를 노출시킬 수 있는지 등도 확실히 해놔야 향후 문제가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통 출국 직전 스타가 공항에서 무엇을 입을지를 미리 입어 보고 고르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브랜드의 주력 제품과 이들의 취향이 맞지 않을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모 여배우의 경우 공항 패션을 수락했지만 브랜드가 제안한 옷을 입지 않겠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억지로 입은 뒤에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모두 벗어버렸다는 후문이다.

월요일 오전이 최상의 타이밍

아무리 치밀한 전략을 짜도 스타의 출국 일정이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10시 이후, 혹은 주말로 잡히면 큰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리 보도자료로 출국소식을 뿌린다 한들 공항에 나와 있는 사진 기자 수가 현격히 적기 때문이다. 반면 월요일 오전은 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출국 타이밍이다.

스타들의 촬영 포즈 역시 타이밍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다. 연예인에 따라서는 카메라 앞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거나 빠른 걸음으로 휙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수많은 카메라에 당황한 나머지 홍보해야 할 제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살짝 한 팔을 들어 미소 짓거나, 긴 머리 쓸어내려주는 스타들을 봤을 때 담당자들은 멀리서 ‘올레’를 외칠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공항 패션을 둘러싼 돌발상황은 수도 없이 발생한다. 2014년 펜디 초청으로 홍콩에 갔던 걸그룹 2NE1의 멤버 씨엘의 공항패션도 그 중 하나다. 브랜드가 협찬한 외투를 차에 두고 내려 결국 스웨터 바람으로 사진이 찍힌 것. 이를 알게 된 담당자는 급히 홍콩에서 다른 외투를 공수해 입혔고, 씨엘이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다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소비자·기업 모두에게 매력적

이제는 ‘공항 패션 안 찍히면 스타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공항 패션과 관련한 기사가 매일 쏟아진다. 이정도면 시들해지지 않을까 싶지만 업계에선 이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브랜드도 소비자도 공항 패션보다 더 나은 플랫폼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파파라치 문화가 미국·유럽만큼 성행하지 않는 국내에서 스타의 일상을 엿보는 드문 창구라는 게 소비자의 니즈라면, 브랜드 입장에선 드라마 PPL처럼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품을 노출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되는 까닭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 이번 10일을 시작으로 격주 수요일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섹션 '강남인류(江南人流)'가 옵니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연히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시 형식으로 정리한『이성복 시론』을 펼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시'와 '시인'이라고 쓰여진 자리에 '기사'와 '기자'를 대신 써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성복 시인은 시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상정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모든 허물은 나에게 있다 하지요. …독자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러닝 소매에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아이나 뭐 다르겠어요. "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사고밖에 안 나와요. …진정성을 가지고 뒤집으면, 모든 게 뒤집어져요. …시가 안 되면 나에게 뒤집음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

시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시론(詩論)에 대해 늘어놓는 건 10일 독자 여러분들에게 처음 선보일 중앙일보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섹션 江南人流(강남인류)를 만든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소속 기자들의 마음가짐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언론환경을 탓하거나, 거꾸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신문이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고루한 접근을 하는 대신 오로지 독자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았습니다.

제호 江南人流에서 江南(강남)은 지역적 의미를 넘어 차별화한 생활 방식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썼습니다. 결국 江南人流란 남다른 취향과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人)을 위해 일류(一流)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담은 신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10일부터 기존의 江南通新과 번갈아가며 격주로 발행하는 江南人流, 앞으로 기대해 주십시오.
 
안혜리 부장·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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