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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서울 미림여고 2학년 이승연양 “유리창에 쓰며 한 번, 말하며 한 번, 지우며 또 한 번 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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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양이 거실에 있는 통유리에 ‘법과정치’ 교과서 내용을 적고 있다. 그는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 이처럼 쓰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의하듯 공부한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함으로써 자신들의 정강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입니다.”

국어, 시험 전에 교과서 5~7번 읽고
수학 오답노트엔 틀린 이유 꼼꼼히 적어
자투리 시간엔 모르는 단어 쪽지 암기

서울 미림여고 2학년 전교 1등 이승연양 만나기 위해 찾은 관악구 아파트에 들어서자 강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양이었다.

거실에서 베란다로 통하는 통유리창에 판서까지 해가며 ‘법과정치’를 가르치고 있었다. 강의를 듣는 사람은 없었다. 이양 본인이 강사이자 학생이었다.

이양의 성적이 중·고등학교에 올라와 최상위권으로 껑충 뛴 비결이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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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과목 공부 시작 때부터 유리창 활용

이양의 성적은 초등학교 때까지 평범한 편이었다. 세종과학고를 졸업하고 현재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언니가 어려서부터 워낙 영특했던 탓에 이양은 오히려 조금 부족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습득 속도가 느리다 보니 초등학교 2학년 때 학습지 강사는 엄마 신민희(47·서울 청림동)씨에게 “가르치기 힘들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학습지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시켰다. 오히려 일본어·중국어 등 과목을 늘려 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면 언젠가 빛을 볼 거라 믿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늘 ‘잘 한다’는 칭찬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양이 처음 실력을 발휘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2등,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자신만의 공부법을 개발한 게 한 몫 했다. 엄마 신씨의 역할이 컸다. 교육열이 높았던 신씨는 이양이 어렸을 때부터 신문이나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우등생들의 학습법을 눈여겨 보다가 이양이 흥미를 보일만한 내용이 있으면 알려줬다.

그중 하나가 화이트보드에 써가며 가르치듯 공부하기다. 이양은 “사회 같은 과목은 공부하기 지루할 때가 많은데, 엄마 말대로 앞에 인형을 앉혀놓고 가르치면서 공부했더니 개념 이해도 빠르고 암기도 잘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중학교 1학년 때 치른 사회과목 4번의 시험 모두 100점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엔 90점대에 머물던 과목이다.

고등학교에 올라온 이후부터 방에 있는 화이트보드보다 거실에 있는 유리창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암기해야 할 내용이 중학교 때보다 훨씬 더 많아져서다. 사실 다른 모범생 중에도 유리창이나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필기하면서 공부하는 학생, 다른 사람에게 강의하듯 학습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여느 학생은 시험 총정리를 위해 이 방법을 쓰지만 이양은 법과정치·세계지리·생명과학 등 암기과목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유리창을 활용한다. 방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유리창에 쓰면서 익히는 게 1단계, 이후 다른 사람에 설명하듯 말하면서 암기하는 게 2단계, 단원명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지운 후 자신이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하고 키워드를 적는 게 3단계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에선 유리창에 쓴 내용을 전부 지우면서 다시 한 번 전체 흐름을 파악한다. 한 단원 진행하는데 쉬운 건 1~2시간, 어려운 건 3~4시간 정도 걸리지만 한 번에 제대로 익힐 수 있다. 이후에는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여러 번 반복해 본다.

수학은 반복학습, 영어는 해석 보며 영작

주요 과목을 공부할 때도 보고 또 보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반복해 읽는 게 아니다. 자신이 방금 전에 본 내용을 머릿속에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국어는 시험 전에 교과서만 5~7번 정도 읽는데, 처음에는 손으로 쓰면서 중요한 내용을 암기한 후 핵심 단어를 손으로 가려가면서 여러 번 반복해 본다. 시 같은 문학작품을 공부할 때는 제목만 보고 주제와 표현법·형식 등 수업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면서 자신이 아는 내용을 확인하고 부족한 내용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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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재 5권 높이만큼 쌓인 수학과목 유인물. 2 시험 때 갖고 다니며 자투리시간 이용해 외우는 영어단어 암기장.

수학도 마찬가지다. 시험 기간 교과서와 부교재를 적어도 3번 이상 푸는 건 기본이다. 이외에 학원 등에서 나눠줘 해결한 유인물이 문제집 5권 분량이 될 정도로 쌓인다. 2학년이 된 이후부터는 오답노트도 꼬박꼬박 쓰고 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유도 함께 적고 있다. ‘맞았는데 풀이과정에 확신이 없음’ ‘답안지와 풀이가 다름’ 등이다. 이양은 “시험 전날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 부족한 문제 유형과 자주 하는 실수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며 “오답노트를 쓰기 시작한 후 90점 초반이었던 수학성적이 97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영어는 고등학교에 올라와 공부법이 가장 많이 변했다. 중학교 때는 본문을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단순암기 대신에 해석을 보고 스스로 영작하는 방식으로 학습법을 바꿨다. 외워야 할 지문의 양이 중학교에 비해 증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본문을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는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영어수업을 듣기 전에 예습도 철저히 한다. 1단계로 지문의 문법구조를 철저히 파악한 후 2단계로 해석을 한다. 이후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이 틀린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시험기간에 한글 해석을 펴놓고 모든 내용을 영어문장으로 써본다. 이양은 “교과서에 나온 내용과 똑같은 문장을 쓰기는 어렵지만, 이를 통해 전반적인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다”며 “최근에는 시험 대비용으로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았는데도 100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교사 성대모사, 아이돌 노래 들으며 공부

자투리시간 활용도 잘한다. 시험 기간엔 공책 한 장을 찢어 양면에 모르는 단어와 뜻을 쭉 적은 후, 이를 6등분이 되게 접어 필통에 넣어 갖고 다닌다. 버스를 타고 학교·학원으로 이동할 때나, 수업 중 선생님이 진도와 상관없는 농담을 할 때 수시로 꺼내보고 외운다. 5~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 동안의 자투리 시간을 모두 합하면 2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공부하다 모르는 단어나 헛갈리는 내용이 나오면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정확한 뜻을 정리한다. 사회과목을 공부할 때는 대의민주주의와 대의제의 차이점을, 국어를 공부할 때는 대유법·활유법·대구법 등의 정확한 의미를 정리하는 식이다. 이양은 “급한 마음에 대충 공부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다”며 “하나를 익히더라고 제대로 확실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성적을 받는 비결은 또 있다. 늘 재미있게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다. 강의하듯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지루해지면 교사들 성대모사를 따라 한다. 교사의 목소리나 말투를 따라 하다 보면 당시 수업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나 재미없는 내용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양은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서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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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진과 명언 등이 붙어 있는 이양의 책상.

아이돌의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하는 것도 지루함을 극복하는 이양만의 노하우다. 요즘 빠져있는 그룹은 ‘방탄소년단’이다. 이양은 “‘쩔어’라는 노래 가사 중에 ‘밤새 일했지 everyday 네가 클럽에서 놀 때 yeah’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방탄소년단도 밤새 일하니까 나도 열심히 공부하자’는 마음이 든다. 사소하지만 제대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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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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