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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문 활짝 연 거점학교…다른 학교 학생도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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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학교를 찾는 일반고 학생이 늘고 있다. 권역별로 지정된 거점학교는 여느 일반고가 개설하기 어려운 심화과목, 소수 선택과목, 진로 연계프로그램을 개설한다. 거점학교 재학생 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일반고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교육과정 편성에 한계가 많은 일반고 재학생에게 다양한 수업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수업 선택 기회 넓어진 일반고

참가 학생들은 “관심 있는 과목을 실험·실습을 통해 한층 깊게 배울 수 있고, 교내 활동으로 인정 받아 학생부에 기록될 수도 있어 일석이조”라는 반응이다. 거점학교에 대해 알아봤다.

“얼음이 든 통에 소금을 넣어보면 어떨까. 소금이 섞이면 온도가 떨어진다고 들었는데 … ”(최승원·한성고 2학년)

“오히려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아니다 그건 소금(염화나트륨)이 아니라 염화칼슘인가.”(정윤섭·인창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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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학교 수업인 서울 인창고의 물리 실험 수업. 참가한 학생들이 ‘열기전력을 이용한 깡통라디오의 원리’에 대해 실험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인창고 물리 실험실. ‘열기전력을 이용한 깡통 라디오의 원리’라는 주제로 실험하던 학생들이 난관에 부딪혔다. 열기전력은 두 종류의 도체 사이의 온도차가 전압을 발생시켜 전류를 흐르게 하는 힘을 말한다.

학생들은 아래에는 불이 붙은 양초를 넣은 깡통을, 위쪽에는 얼음을 담은 깡통을 맞닿게 했다. 그렇게 온도차를 만들고, 사이에 코일을 감은 깡통을 끼워 전류를 흐르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군과 정군은 두 깡통 사이 온도 차가 크지 않아, 전류 측정에 애를 먹고 있었다. 허상회 인창고 물리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가왔다. “소금을 쓰는 건 괜찮은 아이디어야. 염화칼슘은 물과 만났을 때 온도를 높이지. 그래서 제설제의 원료로 쓰이잖아. 염화나트륨은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거야.” 해결책을 찾은 학생들은 분주해졌다. 한 학생은 실험 보고서를 고쳐쓰고, 다른 학생은 ‘소금 준비’ 등 메모를 남기며 다음 실험을 점검했다. 방학이 한창인 이날 인창고 과학 실험실에는 22개 학교 60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각 반별로 20여 명씩 물리·화학·생명과학 3개의 실험 수업이 진행됐다.

염기석 인창고 융합과학부장 교사는 “지난 한 학기 동안 17회에 걸쳐 이론 강의와 실험을 병행한 심화수업을 진행했다. 이제 마무리 단계로 조별로 연구 주제를 정해 과제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4~6명씩 한 팀으로 묶여 과제연구를 위한 실험에 열중했다.

물리에선 ‘파력발전기의 구조에 따른 에너지 효율성’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한 플레트너 배의 효율성’과 같은 과제연구가, 생명과학에선 ‘여러가지 음료수에 따른 약물의 흡수 정도 비교’ ‘방향식물의 항균 효과’ 등의 실험이 이어졌다.

인창고의 과학실험 수업은 거점학교 방과후수업의 일환이다. 과학 실험, 예체능 실기 교육, 진로·직업 교육 등 개별 일반고가 소화하기 힘든 심화·전문 교과를 각 권역별로 선정된 거점학교가 제공하고, 희망하는 인근 일반고 학생들이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시교육청의 지원, 학교 간 협력을 통해 진행돼 따로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2013년 2학기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 경기·대구·울산 등으로 확산됐다. 서울은 올해 47개 거점학교를 통해 56개 교육과정이 제공된다. 대구는 39개 거점학교에서 167개 강좌가 열리고 있다. 한 학기 또는 1년 간 평일 방과 후나 주말, 방학을 이용해 수업이 이뤄진다.

일반고 간의 협력교육과정인 거점학교 수업은 교내 활동으로 인정 받는다.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수업은 15~20명 안팎의 소수로 운영된다. 정규수업처럼 시험을 치르고 성적이 산출된다.

염 교사는 “학생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 담당 교사가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꼼꼼히 기록할 수 있다. 학생부에 담긴 활동 기록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도 거점학교 수업에 주목하는 추세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거점학교 수업은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전문·심화 교과, 교내 프로그램이 부족한 일반고의 학생들이 본인의 관심 분야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학생부 전형 등에 활용하기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이같은 장점 덕분에 거점학교 참여학생은 늘고 있다. 서울은 한 학기에 평균 2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하고 있다. 인창고 거점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영고 2학년 김정연양은 “실험용 닭을 해부하고 식도와 내장 기관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던 해부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용산고 2학년 김민수군은 “학교 정규 수업은 수능 위주다 보니 물리 이론을 그냥 외우기만 하는데, 거점학교에서는 실험을 통해 이론을 증명하는 경험을 하니 재미있고 이론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밝혔다. 거점학교 수업은 진로 탐색에도 도움 된다. 상암고 3학년 김예림양은 미술 분야 거점학교로 선정된 선정고의 미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양은 “처음엔 그저 미술에 관심이 많아 참가했는데, 2년 동안 다니면서 이제 미대를 목표할 만큼 많이 배웠다. 강사진이 현직 학원 원장, 예고 출강 교사로 구성돼 수업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이짐량 선정고 미술 교사는 “취미로 미술을 배우려는 학생부터 미대 준비생,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학생 등 다양한 아이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거점학교 수업은 1년 두 차례 참가자를 모집한다. 3월 초에 개강하는 1년 과정 또는 1학기 과정은 전년도 11월 중, 8월 중순에 개강하는 2학기 과정은 7월 중에 참가 신청을 받는다. 모집 시기마다 재학 중인 학교에 모집 공고가 붙는다. 신청 과정은 간단한 편이다. 재학 중인 일반고에 참가하고픈 프로그램과 거점학교를 정해 신청하면 거점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로 자동 접수된다. 희망자가 모집인원을 넘길 때는 학생부 위주의 서류 평가를 통해 선발한다.

거점학교 수업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자기 학교의 수업을 모두 소화하면서 거점학교 수업을 병행한다는게 공부량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학원 스케줄 등 공부 계획을 점검해보고 거점학교 수업을 끝까지 이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 뒤 신청하라는 조언이다.

거점학교 수업은 학교·과목에 따라 수업 일수가 차이 난다. 주 1회 토요일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음악·미술 등 실기교육의 경우 주 3회 3~4시간씩 진행되기도 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관심 있는 과목에 참가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수업 일수 3분의 2 이상을 출석 못하면 이수를 인정 받지 못한다. 결석이 많아 중도탈락 처리되면 학생부에 기록을 남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2학기 과정 모집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모집인원을 못 채웠거나 신청 후 접수를 취소하는 학생이 생기면 거점학교별로 개강 직전까지 추가 모집을 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모집 공고에 거점학교별 상세 프로그램과 문의처를 참조해 관심 있는 거점학교에 문의하면 추가모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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