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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뚫고 침입한 도둑 못막은 경비업체의 책임은…

 
2014년 1월 어느 날 새벽 산업용 전기기기를 제조ㆍ판매하는 A사에는 도둑이 들었다. 절도범 2명이 건물 뒷쪽 벽을 뚫고 들어가 아나멜 동선과 동판 등 7988㎏을 훔쳐 차량에 싣고 달아났던 것.

절도 시도는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과 그 전날에도 절도범들은 침입을 시도했지만 A사와 계약을 체결한 경비보안업체 B사의 직원들이 출동하는 바람에 물건을 훔치는 데 실패했다. B사가 설치한 열선 감지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3번째 시도에선 열선 감지기가 없는 뒷벽을 노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7600여만원의 손해를 입고, 원자재를 잃어 제품이 납기가 지연돼 3000여만원의 손실까지 발생한 A사는 도둑을 막지 못한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종림 부장판사는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B사가 계약을 위반해 사건이 발생했다거나 손해가 확대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절도범이 출입문이나 창문이 아닌 건물의 벽면을 뚫고 침입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 상황”이라며 “A사와 B사가 체결한 경비 계약상 이례적인 침입경로까지 대비하고 현장에 출동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제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절도범들이 침입한 지역에 열선감지기를 설치 하지 않도록 경비계획을 세운 것도 B사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누가 보기에도 외부인의 출입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만한 위치였기 때문이다.

경비보안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했지만 도난 사고를 막지못한 경우 경비업체와 소비자 사이엔 종종 분쟁이 벌어진다. 법원은 경비계획의 설계 자체에 과실이 있거나 출동 후 대응에 과실이 있는 경우 업체측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

보안업체 측과 전용회선을 설치하지 않아 절도범이 전화선을 끊고 보석상에 침입했는데도 모르고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경우, 경비요원들이 출동했음에도 잠금장치 훼손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출동 당시 진행중이던 절도를 막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 등에서 업체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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