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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금융당국이 원금보장”, “89개언어 통역앱 개발”…진화하는 금융사기

가정주부 변모(54)씨는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투자를 하면 무조건 1년에 1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2억원까지 원금보장도 되는 투자처가 있다”는 얘기였다. 변씨가 선뜻 믿지 않자 그 지인은 “그렇다면 나와 함께 업체를 가보자”며 손을 이끌었다.

그 곳에서 만난 중년 남성은 변씨에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FX마진거래 및 기술산업에 투자해 월10%의 수익을 낸다.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해주고 매월 3%의 확정수익을 준다”고 말했다. FX마진거래가 뭐냐고 물었더니 “이종통화간 환율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외국환거래”라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저하던 변씨에게 그 남성은 “우리 회사는 핀란드의 금융분쟁조정국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개인당 2억원까지 보장해 준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라는 말에 넘어간 변씨는 결국 5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변씨의 손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고, 투자회사는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서야 그 업체가 금융업 인가도 받지 않은 가짜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땅을 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고수익을 약속한 뒤 투자금을 챙겨 달아나는 유사수신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소비자의 심리를 파고 든 금융사기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중 금감원의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유사수신 관련으로 신고된 건수는 298건으로 전년 상반기(87건) 대비 242%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통보한 건수도 총 64건으로 전년 상반기(39건) 대비 25건(64.1%) 증가했다.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범죄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의 유사수신행위의 특징 중 하나가 변씨의 경우처럼 전문용어들을 늘어놓으면서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형태다. 이들은 FX마진거래나 선물옵션 등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한 금융기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고 선전하면서 투자자를 유인했다.

시대의 변천을 대변하듯 ‘유사 비트코인’과 ‘스마트폰 앱’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한 업체들도 있었다. 비트코인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다. 한 업체는 “비트코인과 유사한 전자코인을 개발했는데 121만원을 투자하면 140만원 어치를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렌트카, 주유상품권, 대형마트 상품권 등을 5∼6% 할인구매할 수 있으며 주차장과 전통시장은 물론, 전화·전기·가스·연금 등 각종 공과금 납부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설명도 첨부됐다.

“상장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고전적 수법도 여전했다. 특히 최근 일부 액면분할 종목들의 수익률이 좋다는 점을 악용해 “액면분할시 수익이 배가된다”는 거짓말을 추가한 업체도 늘고 있다. 한 업체는 “말레이시아에서 재배 중인 침향목 추출물로 염주, 치약, 비누 등 각종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상장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상장 후 주가가 주당 600원이 되면 주식을 분할하는 과정을 반복해 자금을 모은 뒤 내년말까지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스닥 상장시 투자금 대비 수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탕발림도 곁들여졌다.

한 업체는 “89개국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는데, 투자하면 40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 업체는 현재 재미동포들을 상대로도 투자금을 모으고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 밖에 “독자적인 페이스북을 개발했으니 광고권을 구매하면 큰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도미니카 보석광산을 갖고 있는데 보석광산펀드에 가입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한 업체도 있었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고수익을 약속한 회사들은 대부분 불법 유사수신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니 사전에 정식으로 인가받은 제도권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투자요청을 받았거나 실제 투자해 피해를 입었다면 반드시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전화번호 1332)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민금융1332(s1332.fss.or.kr) 홈페이지를 찾으면 합법 금융회사와 등록대부업체들을 조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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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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