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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간파당한 한국 ‘발펜싱’…게가 걷는 듯한 ‘춤펜싱’으로 진화

‘그대의 이름은 검객, 한바탕 춤을 춰라!’

리우 올림픽 여자 펜싱 사브르 종목에 출전하는 에이스 김지연(28·익산시청)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김지연은 8일 오후 9시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깜짝 금메달을 땄던 김지연은 현재 세계랭킹 7위다. 지난해 초 왼쪽 고관절 부상을 당한 뒤 랭킹이 떨어졌다. 극심한 통증으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 검을 놓을 뻔했다. 김지연은 화끈하고 저돌적인 플레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공격이 단조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김지연이 올해 부활했다. 지난 2월 벨기에 신트니클라스 월드컵에서 3위, 5월 중국 포산(佛山) 월드컵에서는 2위에 올랐다. 공격보다 수비 비중을 높이면서 찌르려다 막고, 피하다가 찌르는 등으로 공격 패턴이 다양해졌다. 김지연은 “런던 올림픽 때 내 스타일은 막무가내였다. 운이 좋아 금메달을 땄다”며 “펜싱의 참맛을 알게 되면서 노련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힘을 빼고 리듬을 타면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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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런던 올림픽 펜싱에서 6개의 메달(금2·은1·동3개)을 딴 건 ‘발 펜싱’ 덕분이었다. 빠른 발놀림으로 공격을 피한 뒤 반격에 나서는 작전으로 펜싱 본고장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체구가 작은 대신 순발력이 좋은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전술이었다. 하지만 공격 패턴이 단순했다. 이 전술이 간파당하자 쉽게 무너졌다. 펜싱 대표팀 조중형 총감독은 “발 펜싱 전략이 노출된 이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고전했다. 그래서 이번엔 펜싱의 기본인 리듬 키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중세 시대 유럽 귀족들이 즐겼던 펜싱은 상대를 찌르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듬을 타는 춤과 흡사하다. 동작이 계속 이어지는 춤과 같이 펜싱도 공격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머뭇거리는 순간 상대의 검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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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선수들의 공격은 뚝뚝 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진욱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박사는 “0.1초에 승부가 갈리는 펜싱은 몸이 생각을 지배해야 한다. 그 순간 몸이 알아서 가장 적합한 공격을 찾아내야 한다”며 “한국 선수들은 생각하느라 공격이 늦어졌다. 공격에 실패하면 그다음 동작으로 전환하는 게 늦어 일격을 당했다. 몸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박사는 현대무용을 접목한 체조, 에어로빅 같은 스텝 트레이닝 등 춤을 이용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발과 팔을 동시에 사용하는 현대무용 동작과 펜싱 기술을 버무려 4분20초간의 스트레칭을 겸한 체조도 고안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한국 펜싱은 한결 리드미컬해지고 빨라졌다. 직선으로 이뤄지던 딱딱한 공격이 곡선처럼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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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스텝 트레이닝이었다. 펜싱 스텝을 밟으면서 손을 허리춤까지 올린 뒤 똑같은 속도로 동시에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훈련이다. 옆에서 보면 게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훈련 덕분에 대표선수들의 스텝은 1분당 6회 정도 많아졌다. 빛에 대한 반응시간은 최대 0.01초 빨라졌다. 상대 공격에 더 빠르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찌르고, 빠지고’를 반복했던 단조로운 공격 패턴도 ‘찌르고, 찌르려다 피하고, 다시 빠르게 찌르고’ 등으로 바뀌었다. 조중형 감독은 “펜싱은 기본 스텝이 6개, 손 기술이 8개인데 선수들은 각자 익숙한 몇 가지 기술만 사용했다. 그러나 전신을 자기 마음대로 쓰면서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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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