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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공중쇼 대신 땅으로 내려온 개막식…소박하지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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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최소화한 색깔과 몸짓의 향연이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개막식엔 늘 ‘성대한’ ‘지구촌 최대’란 수식어가 붙곤 했다. 반면 리우 올림픽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치안 부재와 지카 바이러스, 여기에 개막식 직전 “베이징 올림픽 예산의 고작 20분의 1만 썼다”는 연출자 페르난두 메이렐르스의 고백(?)까지 가세해 “오륜기가 제대로 올라가기나 할까”라는 우려가 컸다. 빈곤한 남미에 대한 선입견도 한몫했다.

막상 6일 눈앞에 펼쳐진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소박했지만 따뜻했고, 볼거리보단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줬다. “가성비 대비 역대 최고의 개회식”이란 호평이다.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2018년 2월)이 18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시사할 점도 적지 않을 터. 때마침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59)씨가 리우를 직접 찾았다. 송 총감독으로부터 개막식 관람평을 들었다.

무대 예술이란 돈과 무관할 수 없다.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해서 나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막상 실전은 속이 꽉 찬 느낌이었다. 브라질의 문화적 저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최근 올림픽, 즉 베이징과 런던·소치 등은 개회식의 화려함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양 지나치게 장대했고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플라잉 액션(flying action)이었다. 이제 인간은 지구 중력을 거스르고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듯 끝없이 위를 지향하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칫 ‘바벨탑의 저주’처럼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 반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리우는 땅으로 내려왔다. 아날로그적 정서를 중시했고 하이테크(high tech)보단 로테크(low tech)로 우리의 감성을 섬세하게 어루만졌다. 디지털로 돌아가는 요즘 세태에 무려 8000명의 인원을 투입했다는 건 리우가 인간적 향취를 중시했다는 방증이다. 예산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휘황찬란한 개회식에 일종의 피로감마저 갖고 있던 지구촌에 리우의 담백함은 신선했다.

화려함이 빠진 텅 빈 공간을 채운 건 음악이었다. 단지 지젤 번천이었기에 저 광활한 스타디움을 활보할 수 있었을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가 주변을 감쌌기에 걸음에 힘이 실릴 수 있었다. 그건 엘자 수아레스가 나오고 제카 파고징뉴가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태 삼바 리듬으로만 알고 있던 브라질 음악의 저류는 깊고 풍성했다.

리우 개막식은 대자연·다양성·환희 등을 주제로 내세웠다. 어찌 보면 공자님 말씀처럼 지극히 뻔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 주제가 박제화된 구호로 그치지 않고 울림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브라질 사회에 면면히 흐르는 ‘관용’과 맥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원주민과 15세기부터 건너온 포르투갈인, 노예선에 실려 온 아프리카 흑인, 그 밖의 유럽과 아시아인까지 지구상에 브라질만큼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이토록 다인종임에도 인종 갈등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그건 자신의 방식을 결코 남에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자국을 홍보하기 바쁜 올림픽 개막식에 자칫 치부로 보일 수 있는 빈민가(파벨라)를 전면에 등장시킬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단출한 개막식임에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브라질의 포용력 덕이었다.

고민은 평창이다. 리우가 저예산으로 내실 있는 무대를 만들었기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건 평창 역시 비슷하다. 다만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보여 줘야 한다는 점에서 리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경기장이 아닌 3만5000명가량이 수용되는 공연장을 별도로 지어 평창 개·폐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몰입도가 높아진 만큼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결국은 콘텐트다. 서양과 다른 아시아적 색채를 띠어야 하며, 특히 중국·일본과 차별되는 한국적 미학을 구현해 낼 생각이다.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며 지구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송승환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정리=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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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