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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백만장자 되세요” 39세 좌파 장관의 신선한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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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왼쪽)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는 4년전 은행원이던 마크롱을 대통령실 부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중앙포토]

유럽 정치를 오랫동안 지배한 좌우 정당 구도가 흔들리고 그 공백을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 정당들이 메우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변방에 속했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주요 정당이 됐다. 대표인 마린 르펜은 내년 대선에서 결선투표 행이 유력하다.

이 같은 혼돈 속에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이 주목 받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내에선 비교적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는 한때 ‘올랑드 키드’로 불렸다. 2012년 취임한 올랑드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실 부실장으로 발탁했고 2년3개월 만에 경제장관으로 기용했다. 마크롱이 35세 때의 일이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이 꺼려하는 일을 전담했다. 바로 좌파의 우클릭이다. 2014년 일요일·심야 영업 제한을 푸는 ‘마크롱법’이 대표적이다. 사회당의 상징과도 같았던 주35시간 근로제를 완화하는 노동법은 미리암 엘코므리 노동장관이 성안했지만 대외적으론 그가 더 열렬했다. 그 덕분에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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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당 정부의 장관으로선 금기시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젊은이들에게 “백만장자가 되려고 노력하라”고 권한다. 티셔츠를 입고 시위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장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하는 것”이라고 말한 일도 있다. 글로벌화나 유럽연합(EU)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전통적인 좌우 개념을 뛰어넘는 ‘이단아’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젠 좌우란 이데올로기 대신 개방할 거냐 고립할 거냐의 대결 구도”라며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45) 총리와 마크롱과 같은 인물들이 개방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심도, 행동력도 보여주고 있다. 올 4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정치·경제·사회 자유 촉진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정치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앙 마르슈’(en marche·움직이는)를 시작했다. 5만5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중 1만6000명이 올 여름 10만 가구를 방문해 직접 의견을 듣고 있다. ‘라 그랑드 마르슈’(큰 행군)라고 명명한 직접 정치의 일환이다. 지난달 중순엔 파리에서 지지자 모임을 했는데 3000명이 참석했다. 이들 사이에선 “마크롱 대통령”이란 연호가 나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물론 올랑드 대통령까지 같이 일한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마크롱을 두고 “정말 똑똑한 젊은이”라며 “언젠가 대통령이 될 재능이 확실히 있다고 믿는다. 뿌리는 좌파다. 위대한 정치 경력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게 내년 대선일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선거에 나선 적이 없다. 사회당 정부에서 일한다고 하나 당원도 아니다. 20대 후반부터 3년 정도 적을 뒀을 뿐이다. 출마한다면 사회당 소속일지, 아닐지도 불확실하다. 정치적 멘토인 올랑드 대통령과의 관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올랑드 대통령이 10%대 지지율이라고는 하나 재선에 도전한다고 하면 마크롱으로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 마크롱이 지지자 모임을 한 이후 올랑드 대통령이 “독자 행보를 하면 해임할 수 있다”고 화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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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경제장관(오른쪽)과 부인 브리지트 트로노.

사회당 지도부의 거부감도 변수다. 이들에겐 마크롱은 ‘사회당 옷을 입은 우파 늑대’(가디언)로 여겨진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좌파에겐 짜증나는 아이러니이고 우파에겐 호기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선 방식이 그에게 호의적일 수 있다. 프랑스도 이번엔 미국처럼 순차 예비 선거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한다. 마크롱처럼 열렬한 지지자가 있는 이가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성 정치인이 아니란 점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 그 스스론 “정치를 수십 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저 지나가듯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파리10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프랑스의 대철학자 폴 리쾨르의 조교를 했다. 엘리트 산실인 파리정치대학·국립행정학교(ENA)를 나왔다. 올랑드 대통령과는 두 학교 동문이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도 사회당 지지자였는데 뱅커가 됐다. ‘돈의 예언자’로 불린 로스차일드 투자은행에서 일했다. 2007년 결혼한 부인은 20세 연상으로 16세 때 만난 자신의 불어 교사였다. 의부손자만 7명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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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