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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살릴지 보행자 살릴지…AI 차의 선택은 인문학 영역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은 뭘까. 창의성이 아닐까. 정보기술(IT) 거대기업 구글과 페이스북·아마존의 성장엔 ‘과학적 창의성’이 바탕이 됐다.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 열풍은 또 어떤가. 1990년대 일본에서 초등학생용 오락 게임으로 등장한 포켓몬은 20년 뒤 구글의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새로울 것 없는 20세기 게임과 어려울 것 없는 위치정보 서비스의 창의적 만남이 새로운 부가 가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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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 차가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우선시할 것인가와 같은 판단은 인문학의 영역이다.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왼쪽)와 부산대 김상욱 교수가 대담에 참여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중앙일보가 저명 과학자와 철학자를 초빙해 대담을 기획했다. 지난달 27일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와 박정하 성균관대 (철학) 교수가 ‘인문학적 창의성과 과학적 창의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인문학적 창의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기술의 의미나 가치의 탐구에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학적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나.
김상욱 교수=과학적 창의성이라 하면 뭔가 새로운 것,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특별한 것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의외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할 때 창의성도 발현될 수 있다.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1571~1630년)의 업적 중 하나가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돈다’는 것이다.

당시 대다수의 사람은 행성이 완벽한 원운동을 한다고 믿었다. 케플러가 행성의 타원궤도를 주장한 것은 스승 티코 브라헤가 남겨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화성의 궤도를 분석하는데, 원 궤도로는 도무지 계산이 되질 않았다. 결국 타원을 적용해보니 계산이 들어맞았다. 스승이 남긴 데이터와 자기 계산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다.

인공지능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알파고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기본 인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 수천억 원을 투자해서 2~3년 뒤에 창의적인 뭔가를 내놓을 수는 없다.

박정하 교수=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바닥까지 가봐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가 1970년대와 90년대 겨울을 맞고도 21세기에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혹한의 세월 동안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분야를 꾸준히 파고 들었던 제프리 힌튼(캐나다 토론토대)과 같은 학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적 창의성 못지 않게 왜 인문학적 창의성을 중요하다고 여기나.
박정하=창의성은 진(眞)·선(善)·미(美) 영역에서 작동한다. ‘미’, 즉 예술적 창의성이란 엉뚱하고 기발한 창의성을 말한다. ‘선’으로 요약되는 도덕적 창의성이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다. 인공지능 차량이 운전자를 살릴 것인지, 보행자를 살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 창의성의 영역이다. ‘진’은 인지적 창의성이다. 주어진 문제를 새롭게 해결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80년대 미국 드라마 주인공 맥가이버가 전형적인 사례다. 주위 물건의 성질을 모두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인문학적 영역이다.
그래도 과학 기술이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급진전하고 있는 시대에 인문학을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상욱=과학에는 옳고 그름과 같은 가치 판단이 없다. 단지 무엇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지를 얘기해 줄 뿐이다. 자유낙하 하는 물체는 가치 판단 없이 지구 어디에서나 최초의 1초에 4.9m를 떨어진다.

인류에게 특이점의 핵심 의미는 과학기술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인류가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50명의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가 등장했을 때, 이것을 전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노동 시간을 나눠서라도 인간이 노동을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창의성이다.

박정하=인문학적 창의성에는 언어가 중요하다. 과학의 언어가 수학이라면, 인문학의 언어는 말과 글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표현을 하려면 주어진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려는 노력과 성향이 필요하다. 또 생각과 감각이 흐르는 것을 말로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도구가 바로 언어다.
21세기 속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일까.
김상욱=안타깝다. 사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겐 창의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보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내 학생시절을 돌이켜보면 엉뚱한 짓을 많이 했다. 책도 읽고, 청계천 상가에 가서 라디오도 만들어봤다. 그런 잉여의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인문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박정하=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하다 보니, 중·고교 전체가 입시화했다. 입시에서 수능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고교 현장은 여전히 수능 중심이다. 아이들의 여유가 더 없어졌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창의성 있는 인재를 못 만들어낸다.
교육 현장에서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정하=현재의 중·고교 통합교과의 핵심이 창의성이다. 하지만 교실 현장에서 적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학부모도 문제다. 선행 학습을 하면 당장은 우수해 보이지만, 자생력을 죽이는 행위다. 대학에서도 공대가 공대 교육만 해서는 안 된다. 공대생들도 인문학 과목을 반드시 일정 이상 듣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박정하 교수(55)

성균관대 학부대학
철학아카데미 이사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장

김상욱 교수(46)

부산대 물리교육과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 과학문화위원장
 
◆특이점(Singularity)=기술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곡선이 도약점을 지나 치솟다가 정점에 도달하는 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을 의미한다.

글=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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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