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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20] 천덕상이 윤원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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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상 셰프

한식이 한국의 음식이지만 서울시내 특급호텔 중 한식당을 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1979년 롯데호텔 개관과 동시에 오픈한 ‘무궁화’가 가장 오래됐다. 신라호텔엔 원래 ‘서라벌’이 있었다가 운영상 문제로 닫은 뒤 2013년 ‘라연’으로 재개관했다. 워커힐이나 메이필드호텔의 한식당들 역시 길지 않은 세월 속에 부침(浮沈)을 겪었다.

이렇게 된 건 한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 음식의 상당수 레시피가 의제(儀制)나 구전으로 내려왔다. 그 때문에 한식을 특급호텔 손님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발하고 현대화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잘 보존된 반가 음식을 찾아 전국의 고택을 둘러보는 수고를 마다않는 이유다. 특급 한식당을 유지하기 위해선 셰프의 노력뿐 아니라 경영주의 결단 역시 필요하다. ‘무궁화’는 2010년 모던 한식 스타일로 재개관하고 처음엔 갈피를 못 잡아 헤맸다. 지금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손님의 만족도 역시 높아진 걸로 파악된다.

한식 트렌드가 모던하게 가면서 젊은 세대에서 분자요리 등 새로운 실험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요리사의 경륜과 경력은 돈 주고 못 사는 것이다. 한식의 뿌리를 잃지 않는 분야별 장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벽제갈비’ 방이동 본점의 윤원석 총주방장은 참으로 소중한 분이다. 요리 인생 38년에 ‘벽제갈비’에서만 27년 근속한 이 분을 나는 감히 대한민국 ‘갈비 달인’이라고 부르겠다.

“좋은 고기는 척 보기만 해도 안다”는 게 윤 셰프의 지론이다. 소 한 마리에서 등심·안심·채끝·안창살 등 120여 가지 부위가 나온다. 윤 셰프는 육색·지방색·조직감을 훑은 뒤 ‘어떤 시스템에서 사육된 몇 개월짜리 소의 고기인지’ 파악하는 능력자다. 쇠고기 맛은 소가 자라는 기후·토양·수질·일교차에 따라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한수이북(漢水以北) 즉 경기 포천, 강원 횡성 등의 쇠고기가 육즙이 좋고 감칠맛이 강하다. 이곳에서 납품받은 고기를 숙성도에 따라 소스를 달리하며 최상의 맛을 내는 게 윤 셰프의 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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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갈비’ 특유의 다이아몬드 칼집을 낸 한우살. [사진 임현동 기자]

지금은 ‘벽제갈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다이아몬드 칼집도 윤 셰프가 발전시킨 것이다. 원래는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유행했던 칼집이라는데, 윤 셰프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아 후배 요리사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함께 입사한 박영근 상무와 협력해 전용 칼도 개발했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칼집을 내면 ▶고기를 연하게 만들고 ▶갈라진 틈새 사이로 숯불 훈연이 잘 되는 데다 ▶오래 재우지 않아도 양념이 잘 스며들고 ▶돌돌 말았을 때 시각적으로도 예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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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석 셰프

한식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좋은 식재료만 있으면 대충 해도 맛있겠지’ 하는 것이다. 우리 음식이란 게 그렇지 않다. 간장·된장·고추장 등 전통 발효는 물론 양념 갈비까지도 오래 기다리는 숙성 과정이 중요하다. “ ‘벽제갈비’ 양념 역시 서른 번 이상 연구 끝에 지금의 소스가 탄생했다.” 윤 셰프의 자부심과 자신감은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숙성’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한식을 포함한 여러 요리 분야에서 많은 젊은이가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오랜 시간 후에 숙성된 ‘장맛’을 내는 장인(匠人)으로 성장해 주길 기대한다.

정리=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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