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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사흘 뒤엔 나가사키(長崎)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당시 20여 만 명이 숨졌고 이 중 20%가 강제 징용이나 징병으로 일본에 가 있던 조선인이었다. 경남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도 불린다. 국내에 거주하는 원폭 1세 피해자 2501명 중 24%(619명)가 경남에 거주하며 이 중 절반을 훌쩍 넘는 397명이 합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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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현직 관료로는 처음으로 합천 원폭희생자 위령제를 찾은 히라오카 전 시장. [프리랜서 공정식]

그래서 합천에선 97년부터 매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97년 일본 종교단체인 태양회가 원폭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각을 만들면서 추모제를 주관했고, 2010년부터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한국원폭2세환우회가 공동으로 추모제를 열고 있다. 2012년부턴 시민단체인 합천평화의집이 ‘비핵·평화대회’를 함께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의 전·현직 관료는 아무도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88) 전 히로시마 시장이 최근 합천을 찾았다. 그는 지난 5일 합천에서 열린 올해 비핵·평화 대회에 참가했다. 6일 오전에는 합천군 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린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에도 참석했고 생존자도 위로했다.

히라오카는 추도사에서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식민 지배와 원폭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며 “지금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피폭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7일에는 대구에서 열린 국내 원폭 희생자 추모를 위한 제1회 평화예술제에 강연자로도 나섰다. 그는 대구시 중구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가진 ‘고난의 역사와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피폭자 문제에 몰두하게 된 경위와 그들을 돕기 위한 활동 등을 소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히라오카는 65년 히로시마의 한 지방지 기자 시절부터 한국의 원폭 피해자 문제를 많이 다뤘다. 일본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편지를 받고 원폭 피해자가 많이 거주하는 경남 합천과 일본을 수년간 40여 차례 오가며 기사를 썼다. 일본 정부가 한국 원폭 피해자의 치료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민사회 활동에도 깊이 간여했다.

히로시마 시장 시절이던 99년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원 안으로 옮겨 일본인 희생자 위령비와 나란히 설치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친한파로 평가받지만 일본 우익 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게, 또 과거 식민지화에 대해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사죄를 하지 않으니 (히로시마 시장을 했던 내가) 사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히라오카는 또 “한국인도 일본인과 똑같은 원폭 희생자다. 그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합천평화의집’이 지난 6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으로 이전 개관했다. 이곳에선 시각·지적 장애, 암 등으로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2세 피해자 6명이 생활한다. 앞으로 4명을 더 수용할 계획이다. 

합천·대구=위성욱·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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