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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애플뮤직, 흥할까 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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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문화스포츠부 기자

출근길에 음악을 듣고 싶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그런데 뭘 듣지. 늘 듣는 음악은 지겹고 완전히 새로운 음악은 피곤하다. 내 취향에는 왜 이리 상상력이 없을까.

이 고민이 내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5일부터 국내에서도 쓸 수 있게 된 애플뮤직을 쓰며 생각했다. 애플뮤직은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즉 실시간 재생 서비스. 음악을 끝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엔 제공하는 음원 수가 인상적이었다. 총 3000만 곡이니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세 배 수준이다. 미국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화제다. 반면 한국 가요가 별로 없어 장사가 안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실제로 애플뮤직을 써 보면 핵심은 규모·가격이 아니다. 취향을 정밀히 타격하는 전략, 이게 가장 큰 무기다. 신규 이용자에게 처음 던지는 질문이 ‘어떤 장르 음악을 듣고 싶은가’다. 그 다음엔 좋아하는 음악가를 묻는다. 클래식을 선택하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팝페라 팀인 일디보, 작곡가 슈베르트 등이 튀어나왔다. 좋아하는 음악가는 두드리고 싫어하는 이는 길게 눌러 지워 버린다. 나는 한 연주자의 이름을 길게 누르며 깨달았다. 싫어하는 것을 고백하면 좋아하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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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내 취향을 알아낸 애플뮤직은 맞춤형 음악 메뉴를 펼쳐놓는다. 자동추천에 기대면 ‘안전한 낯섦’이란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습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새롭기도 한 느낌을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다.

국내 스트리밍 업체가 긴장할 때다. 이들도 음악 골라 주기는 이미 많이 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멜론만 해도 한 번에 500개의 음악 재생목록을 제공한다. ‘운동하며 듣는 음악’ ‘출근길 기분 업 음악’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애플처럼 한 사람을 위한 건 없다. 날씨·상황·계절 같은 테마에 따라 누구나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풍요로워 고를 항목도 넘쳐 나는 사회에서 선택은 고역이다. 애플뮤직 3000만 곡 중 내가 평생 직접 골라 들을 음악이 몇 곡이나 될까. 그런데 대신 골라 준다니 무슨 호사인가. 선곡이 별로라면 다음 곡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도 가볍다.

우리가 음악만 큐레이팅을 받던가. 화장품도 이것저것 알아서 골라 배송해 주는 회사가 돈을 벌고, 읽을 책 목록도 큐레이터가 뽑아주는 시대다. 고민하고 선택해 책임지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애플뮤직은 한국에서 흥할까 망할까. 여기 결정 회피자 한 명은 애플뮤직이 골라 준 ‘일할 때 듣는 재즈’ 10곡을 틀어놓고 칼럼을 마치며 성공 쪽에 베팅한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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