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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포켓몬고 신드롬에서 주목할 또 하나…수집욕을 자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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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균
경제기획부 기자

십수 년 전에 잘 팔렸던 빵 하나가 최신 정보기술(IT)의 ‘진짜 성공 비결’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을까.

지난 6일로 출시 한 달(북미 기준)을 맞은 일본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 얘기다. 그간 포켓몬고는 미국 등지에서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많은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를 기록하며 붐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포켓몬고를 만들자”며 포켓몬고의 성공 비결에 관심을 쏟았다. AR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편, “결국 문제는 콘텐트”란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단순히 재밌는 콘텐트를 활용했다고 해서 한국형 포켓몬고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아기공룡 둘리’나 ‘뽀롱뽀롱 뽀로로’도 콘텐트 자체는 충분히 재밌지만, 포켓몬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2차 콘텐트로 변용된 적은 없다.

포켓몬고의 원작 게임인 ‘포켓몬스터(포켓몬)’는 소비 시장에서 더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수집형(型) 콘텐트’란 점에서 구별된다. 17년 전 출시된 일명 ‘포켓몬빵’을 보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이 빵은 국내 제빵 기업인 샤니가 1999년 당시 애니메이션으로도 선풍적 인기를 끌던 포켓몬의 라이선스를 얻어 출시했다. 특히 봉지마다 한 장의 포켓몬 스티커를 불규칙하게 동봉, 출시 직후 동네 슈퍼마켓마다 이걸 모으려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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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고’의 캐릭터. 소비자의 수집욕을 자극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 [중앙포토]

그해 11월 주요 신문들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150여 종의 포켓몬 스티커를 누가 많이 모았는지 겨루는 게 유행이다. 스티커를 모으려 빵을 샀다가 빵은 안 먹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샤니의 한 관계자는 “포켓몬빵은 국내 단일 빵 브랜드 중 최초로 일평균 100만 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포켓몬고 또한 과거 포켓몬빵이 그랬듯, 수집이란 요소를 통해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낸다. 지난달 24일 미국에선 포켓몬고를 즐기던 닉 존슨(28)이란 남성이 최초로 포켓몬 142마리를 모두 잡았다며 기쁨에 찬 모습이 외신에 소개됐다. 포켓몬고를 해본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포켓몬고가 사용자의 ‘수집욕’을 자극하면서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치 우표 수집하듯 포켓몬 캐릭터를 하나하나 모을 때 소비자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럴수록 빠져든다. 소비자가 더 오래, 더 많이 즐길수록 상품의 부가가치는 높아진다. 통상 한두 번 보거나(영화), 몇 번 해보고 마는(일반 게임) 콘텐트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세밀하게 보지 못한 포켓몬고의 진짜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실제 국내 기업 중 KT는 앞선 2011년 ‘올레 캐치캐치’라는 비슷한 AR 게임을 만들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캐릭터 모으는 재미를 못 준 탓이다.

한국도 수집형 콘텐트를 집중 육성해보면 어떨까. 산업적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각종 참(작은 장식물)을 모아 엮도록 만든 덴마크 장신구 브랜드 ‘판도라’의 팔찌, 내로라하는 화장품 기업들이 매년 선보이는 ‘홀리데이 컬렉션’ 등이 비슷한 원리로 인기인 걸 봐도 알 수 있다. 국내엔 이런 아기자기한 수집 요소를 갖춘 상품·서비스가 드물다. 어릴 적 장난감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소비층인 ‘키덜트(Kidult)’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세계 키덜트 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14조원)·일본(6조원)에 비해 한국(5000억원, 이상 2014년 기준)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키덜트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면서 시장 개척에 소홀할 동안, 그러지 않았던 두 나라는 나이앤틱(미국, 포켓몬고 개발사)·닌텐도를 통해 포켓몬고를 선보였다.

이창균 경제기획부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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