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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하드고어한 오후 한 시 #1. 조개가 된 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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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고어한 오후 한 시 #1. 조개가 된 남자 (1)
 
어패류의 비린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께느륵한 냄새가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전날 먹은 조개구이가 결국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겉은 까맣게 타고 속은 익지 않은 조갯살을 소주와 함께 목구멍으로 넘기는 내내 남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패류는 선도가 생명인데, 불판에 오른 조개는 입을 게슴츠레 벌리고 있었다. 벌어진 조개의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났고 흐물흐물 풀어진 육질 사이로 물이 흥건했다.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기상청의 보도가 그랬고 벽에 걸린 온도계는 33도를 넘어 34도로 치닫는 중이었다. 남자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김 부장의 왜소한 등을 건너다보았다. 김 부장은 일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다. 일하느라 회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줌도 안 누는지 일 년 열두 달, 동쪽 벽만 바라보고 근무하는 김 부장은 바지 밖으로 와이셔츠 한 쪽이 삐죽 튀어나온 것도 모른 채 기안서 작성에 푹 빠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달력에 박힌 야자수 그림과 다를 바 없었다. 김 부장 말고 이 회사의 식구래야 달랑 사장뿐인데 사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지에서 보냈고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전화로 퇴근을 알려왔다. 사장은 평소 에어컨을 켜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곤 했다. 그에게는 사원 간 인화단결이나 매출신장보다 에어컨 단속이 더 중요한 사안처럼 보였다. 가끔 사무실에 들르는 것도 직원들이 벽걸이 에어컨을 가동시키는지 어떤지 감시하기 위한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입사한 뒤로 남자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없으면 모를까, 버젓이 벽에 걸려있는 에어컨을 볼 때마다 남자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에어컨은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제품이었는데 사무실에서 리모컨을 봤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문득 주머니에 들어있는 껌에 생각이 미쳤다. 돌아가지 않는 에어컨을 바라보느니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조개 냄새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남자가 껌을 산 것은 아침나절이었다. 회사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누군가 불쑥 껌을 내밀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백발을 짧게 커트해서 머리통에 찰싹 붙인 할머니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땟국에 까맣게 전 전대에 대비되어 작은 머리통 위에 얹힌 백발이 눈부시게 빛났다. 할머니는 ‘천 원’이라는 글자가 적힌 껌 통을 남자가 잘 볼 수 있도록 앞으로 쑥 내밀었다. 껌 한 통에 천 원?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발길을 돌렸다.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어느새 노인이 다가와 섰다.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에 다시 껌이 들려 있었다. 귀찮기도 해서 팔아 줄 요량으로 물었다.
 
후레쉬민트 있어요?”

할머니는 대답 대신 남자의 코앞으로 껌을 바짝 들이댔다. 껌은 후레쉬민트가 아니었고 해독 불가능한 로마자가 겉 종이에 어지럽게 인쇄된, 국적 불명의 제품이었다. 남자가 머뭇거리자 노인이 더 가까이 껌을 들이댔다. 후레쉬민트라는 말과, 껌 종이에 인쇄된 글자 모두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노인은 오직 껌을 팔려는 데에만 의식을 집중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껌을 팔지 못하면 꿈속까지 따라다니며 들이밀겠다는 투였다. 그래서 사게 된 껌이었다.
 
껌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남자의 시야에 김 부장의 빈약한 등짝과, 바지에서 삐져나온 와이셔츠 자락이 들어왔다. 와이셔츠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끝자락이 닳아 나달나달했다. 와이셔츠 때문은 아니었지만 남자는 껌을 나누어 먹기로 했다.
 
부장님, 껌 좀 드실래요?”

김 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남자의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와 남자 사이에는 이렇다 할 불쾌한 사건이 없었으니 그는 단지 자기 업무를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저렇게 기안서만 파다가는 종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지.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저 정도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다고 사장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사장에게 잘 보이려면 에어컨만 안 틀면 그만인 것을.
 
싫다면 할 수 없지. 남자는 껌을 까서 입속에 넣었다. 혀끝에 단맛이 닿았다. 조개 냄새가 약간 물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한 통을 다 까서 우적우적 씹었다. 껌은 딸기 맛이었다. 껌을 씹으니 냄새는 가셨지만 더위는 여전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눈썹을 적시고 급기야 남자의 눈 속으로 흘러들었다. 땀 속 염분이 안구를 찔러댔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모니터의 숫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입 속에 있던 껌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치아에 마구 들러붙었다. 껌이 아니라 본드에 가까웠다. 끔찍한 냄새도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악취와 더불어 남자의 눈앞으로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건너편에 있는 냉장고가 춤을 추고 있었다. 맙소사, 저것은!
 
아지랑이였다. 복사열의 현현인 아지랑이를 한여름 사무실에 앉아 보게 될 줄이야. 남자는 뒷목을 짚었다. 다행스러운 건 아지랑이 덕분에 남자가 냉장고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지랑이가 아니었으면 냉장고가 춤을 추며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미련스러움을 한탄하며 남자는 냉장고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당연히 차가운 음료수 따윈 들어 있지 않았다. 냉장실을 채우고 있는 것은 한 줌의 적막과 희미한 냉기였다. 냉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미지근한 기운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보니 그것마저 달콤했다. 막혔던 숨이 뚫리는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냉장고 속으로 책상을 옮기고 싶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 일을 하는 건 어떨까. 하지만 냉장고는 바람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냉기 비슷한 느낌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남자는 플라스틱 컵에 껌을 뱉어 냉장고 안쪽에 넣어두었다. 껌이라도 굳혀서 다시 씹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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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마음을 먹고 앉았지만 남자는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퇴근 전까지 상업송장과 패킹리스트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자꾸 숫자가 틀렸다. 목덜미로 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온도계의 붉은 기둥이 꾸물꾸물 움직이며 위쪽으로 솟았다. 물감을 들인 기름 기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마치 살아있는 털실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바야흐로 실내 온도가 34도를 넘어 35도로 내달리는 중이었다. 조개 냄새는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으니 정신을 꽉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지속적으로 남자에게 고통을 가해 왔다.
 
이거 깨끗하게 소독된 겁니다.”

조개구이집 사장이 알루미늄 대접을 내려놓으면서 한 말이었다. 남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수조 안쪽에 파랗게 끼어 있는 이끼 좀 보라지. 이렇게 손바닥만 한 업소에서까지 소독을 철저히 한다면 왜 해마다 전국적으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떼로 발생하는 건데? 소독 여부도 믿을 수 없었지만 소독한다고 해서 수조 속의 비브리오 균이 전멸한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다. 대접 안에는 조개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자그마한 패총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동전만 한 것부터 부채처럼 생긴 것까지 크기도 모양도 각양각색이었다. 사장이 불판에 조개를 얹으며 건배를 외쳤다. 조개가 조개탄 위에서 죽어가는 광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신음을 뱉듯 입을 쩍 벌리더니 자글자글한 거품을 쏟아냈다. 곧 껍데기가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고 희고 매캐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남자가 면장갑 낀 손으로 탄 것부터 하나씩 집어 불판 가외로 옮기는 동안 사장은 젓가락을 놀려 자기 입에 조갯살을 하나 집어넣고, 남자 입에도 하나를 넣어주었다.
 
아, 벌리게! 괜찮아, 괜찮아! 자네를 볼 때마다 유학 간 조카가 생각난단 말이야. 회사 사장이 아니라 편하게 작은아버지라고 생각하게.”

물컹한 게 꼭 생살을 씹는 느낌이었다. 살점이 이빨에 짓이겨질 때마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육즙이 배어 나와 몸서리가 쳐졌다. 다리가 아프다면서 열흘을 앓아누워 있던 작은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게 10년 전이었다. 삼복더위에 조개를 구워 먹은 게 화근이었다. 다리 아파선 안 죽네, 이 사람아! 문병이랍시고 찾아와 핀잔만 잔뜩 늘어놓는 동네 사람들을 뒤로하고 통증을 참다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전해 들은 병명이 비브리오 패혈증이었다. 여름 해산물의 몸속은 비브리오 균이 살기에 최적의 공간이었고, 작은 아버지의 허약한 간은 그 균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작은 아버지는 시름시름 앓다가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유언은 없었다. 유언을 할 시간이 없었다기보다 죽는 순간까지 작은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망자로부터 패혈증을 조심하라는 유언이라도 들은 듯 조개를 먹지 않았다. 패혈증은 암, 뇌졸중을 제치고 동네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되어 있었다.
 
남자는 불쾌해진 사장의 얼굴을 보면서 술을 좋아하던 작은 아버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어머니를 떠올렸다. 코끝이 뭉툭하고 아랫입술이 두꺼운 작은 어머니는 얼굴에 맞지 않게 울긋불긋하게 염색된 나일론 블라우스를 좋아했다. 통풍과 흡습이 원활하지 않은 그 옷을, 단지 싸고 화려하다는 이유로 몇 개씩이나 사 놓고 번갈아가며 입었다. 그랬던 작은 어머니도 남편 상중에는 어쩔 수 없이 소복을 꺼내 입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낯설던지 남자는 작은 어머니 대하는 일이 어렵기까지 했다.
 
작은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사장도 꽃무늬 셔츠를 좋아했다. 사철 내내 슈트 안쪽으로 울긋불긋한 실크 셔츠가 들여다보였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가슴 부분의 ‘러블리한 셔링’이 포인트라는 것이다. 옷 때문에 별명이 ‘호모’가 된 건지, 정말 동성연애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갯살을 코앞에 대고 ‘아, 벌리게!’ 할 때 남자는 등자거리에 소름이 좍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개구이 이 인분으로 소주 세 병을 비우기에 이르렀고 남자의 뱃속에도 적지 않은 양의 조갯살이 들어차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그것이 뒤엉키며 미친 듯이 부패할 줄은 짐작조차 못한 일이었다. 냄새 때문에 정신이 가물거릴 무렵이었다. 책상 위의 필통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필통에 꽂혀있던 볼펜 두 자루도 달달달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흡사 산통 속의 산가지 같았다. 컴퓨터와 서류, 책도 덩달아 덜덜덜 진동했다. 소리로 보건대 아지랑이와 같은 착시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환태평양 조산대 권역도 아닌 대한민국에 지진이 찾아올 때마다 지하 핵실험이 원인이라는 음모론이 들끓었다. 남자도 그런 소문에 휩쓸려, 5공 때 이미 핵실험을 시도했었다는 둥 근거 없는 말을 한 마디씩 보태던 사람이었지만 현재로선 불볕더위에 달궈질 대로 달궈진 대지가 요동을 치는 거라고 우기고 싶었다. 이런 더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진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건물이 폭삭 주저앉는 것은 아닐까. 남자는 두려움에 떠는 한편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깥이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남자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지은 지 30년쯤 된 5층짜리였다. 층마다 엇비슷한 구조의 사무실이 또 다섯 개 들어차 있었다. 사무실마다 적게는 두 명, 많게는 다섯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이 난리 통에 다들 김 부장처럼 기안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인지, 기안서만 작성할 수 있다면 건물쯤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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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 1969년 경기 부천 출생.
· 인천대 국문학과, 한신대 문예창작 대학원 졸업.
· 2010년 전남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 발표한 소설로 <예술가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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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