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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칠레② 트레킹 성지, 또레스 델 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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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시작점.



남극으로 가는 전진 기지 칠레 남부 도시 ‘푼타아레나스’에서 버스로 3시간을 가면 ‘푸에르토 나탈레스’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바로 이곳이 칠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또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로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또레스 델 파이네는 대자연을 한 곳에 집약해 놓은 국립공원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에메랄드빛의 ‘페오에 호수’, 장엄한  ‘그레이 빙하’, 깎아질 듯한 협곡 ‘프란세스 밸리’ 등 전혀 다른 풍광을 하나의 국립공원 안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다채로운 풍경 중 백미로 꼽히는 것이 ‘파이네 산괴’다. 뾰족한 암봉 3개가 어깨를 잇대고 있는데, 현지인은 가운데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를 ‘파이네 그란데’, 양 옆의 두 봉우리를 ‘파이네의 뿔’이라는 뜻에서 ‘쿠에르노스 데 파이네’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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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네 그란데 캠핑장.


트레커는 보통 푸에르토 나탈레스 마을에 며칠을 머물며 텐트와 침낭 등 기본적인 트레킹 장비를 빌리고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을 갖는다. 변화무쌍한 대자연을 만나러 가기에 앞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방풍, 방수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트레킹의 성공 유무는 배낭의 무게와 적절한 물품의 준비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곧 국립공원으로 향한다는 생각에 각국에서 온 여행자와 함께 설레고 흥분되는 한때를 보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 터미널에서는 매일 오전 7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에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큰 편이다. 일반적으로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를 성수기로 친다. 3월이 지나면 상점이나 산장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 버스 편이 줄어 여행자가 불편을 겪기도 한다. 게다가 비나 우박이 내릴 때가 많아 트레킹을 망칠 수 있으니 가격이 비싸고 사람이 몰리더라도 성수기에 방문하는 게 낫다.

또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W트레킹’과 ‘서킷 트레킹’이다. W트레킹은 트레일 코스가 알파벳 ‘더블유(W)’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3박 4일 또는 4박 5일 동안 국립공원 하이라이트를 단기간에 섭렵할 수 있어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다. 서킷 트레킹은 7박 8일 또는 9박 10일 동안 국립공원 곳곳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대자연 깊숙이 들어가 본인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다. 일정 문제로 W트레킹을 택한 게 아쉽긴 하다. 하지만 W트레킹도 또레스 델 파이네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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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트레킹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혹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있다. 서쪽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향하는 일정을 택하니 해를 등에 지고 걸을 수 있었다. 트레킹 첫 날에는 ‘푸데토 항구’에서 배를 타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건너가 짐을 풀고 그레이 빙하로 향했다. 산장에서 그레이 빙하 전망대까지 3시간을 걸어갔다.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12개의 빙하군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그레이 빙하는 폭 5km, 길이 27km에 달했다. 태양의 땅이라고만 생각했던 남미 한가운데서 수 만년을 버텨 온 빙하를 마주하는 것은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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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는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페오에 호수를 곁에 두고 걸었다. 평평한 길이라 숨이 헐떡대지 않았지만 더운 날씨에 땀이 흘렀다. 투명한 페오에 호수에 풍덩 빠져들고 싶었다. 2시간을 걸어 ‘이탈리아노 캠핑장’에 도착했다. 이날은 프란세스 밸리의 ‘브리타니코 봉우리’를 다녀오는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만년설을 얹은 봉우리를 구경하며 산장에서 브리타니코까지 3시간을 꼬박 걸었다.

셋째 날은 이탈리아노 캠핑장에서 ‘또레스 산장’까지 4~5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겨우겨우 산장에 도착했더라도 쉴 수가 없었다. 산장에서 또 3~4시간 걸어갔다. 드디어 ‘라스 또레스’를 마주할 시간이었다. 또레스 봉우리 주변은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절경을 보지 못하고 내려오는 여행자가 많다는데, 운 좋게도 3개 봉우리가 우뚝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광경을 봤다. 하지만 금세 구름이 암봉을 가렸다. 다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오면서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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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