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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청와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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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대통령 말은 비장했다.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발언이다. 그 말은 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대통령은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나라와 국민을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입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가족사는 비애(悲哀)를 자아낸다. 거기에 소명의식을 투사했다. 배수진을 친 듯한 말들이다. 예전 같으면 그것은 독특한 자극이다. 어울려 반응하고 싶은 유혹일 것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그 말은 온전히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흩어지고 동강 난 채 전달됐다.

 TV 화면은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카메라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맞춰졌다. 그는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그 순간 시청자 시선은 분산됐다. 여론의 감성은 복잡해졌다. ‘우병우 의혹’은 국민적 피로감이다. 그 속엔 서민적 경멸이 배어 있다. 우 수석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그 장면은 다수 국민을 질리게 한다. 민심은 무시당한 기분이다. 대통령 언어의 비장미는 헝클어진다.
 
 안보는 국정의 종합예술이다. 애국심은 박 대통령에게 익숙한 분야다. 대통령은 언어로 국민 결속을 다지려 했다. 그런 무대는 정교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동행 의식이 주입돼야 한다. 불쾌감 유발은 금물이다. 하지만 우 수석의 등장은 혼선을 일으켰다. 그는 나타나지 말아야 했다. 혼자만의 불참은 억측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석 여럿이 함께 빠지면 된다. 그들의 자리는 장관들 뒤쪽의 배석 위치다. 어떤 것도 ‘우병우 건재’를 시위하는 듯한 풍경보다 낫다.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은 치열하지 못했다. 결속의 무대는 허술해졌다.

 대통령 말은 권력의 자산이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핵심 수단이다. 그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그 승부사적 언어는 힘을 잃었다. 청와대의 정치 자산은 상처 났다. 그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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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은 사드 민심 청취에 나선다. 대구·경북(TK)의 여론 달래기다. 하지만 분열은 깊어졌다. 중국은 그 틈새를 파고든다. 중국의 사드 반대는 거칠다. 중국은 외교적 무례(無禮)를 동원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손사래는 결정판이다. 그와 윤병세 외교장관의 회담(7월 말 라오스)에서 뚜렷해졌다.

 그 행태는 한국 국민의 반발과 분노를 샀다. 그 다음에 정당이 나설 순서다. 여당이 중국 외교의 오만함을 질타해야 했다. 그 문제는 미묘하다. 정부가 나서기 곤란하다. 새누리당이 대행해야 한다. 외교 난제의 역할 분담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정부, 당과의 전략적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게을렀다.

 신속한 대응은 국민의당이 맡았다. 국민의당은 영리하다. 당론(사드 반대)과 외교 사안을 분리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다음날이다. “공개석상에서 손사래 치는 외교적 무례함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손금주 수석대변인). 제2 야당의 반박은 돋보였다. 초당 외교의 면모를 보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성주를 찾았다. 새누리당은 반발했다. 민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주민 설득은 미흡하다. 외교 대응도 태만하다.

 정권은 침체 상태다. 출발 때와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권의 시작은 반듯했다. 절제의 단정함은 권력의 기세를 높였다. 그 후 3년6개월. 권력 주변은 어수선하다. ‘대통령의 사람들’은 미적거린다. 그들의 이미지는 진흙탕 속 질퍽거림이다. 우 수석의 버티기는 기록적이다.

 새누리당 강경 친박들의 평판도 비슷하다. 그들은 총선 패배에 대해 아직도 변명조다. 친박의 장래는 소멸이다. 그 운명은 불가피하다. 산전수전 경험만이 그것을 예감한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두 차례 후퇴(국회의장, 당대표 출마 포기)했다. 정국의 물꼬를 터줬다. 절제는 그 예감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권의 난조는 승부의식의 상실 때문이다. 5년 단임제는 역동적이다. 국정 흐름은 곡절이다. 반전과 재역전이 이어진다. 승부의식은 선택과 집중으로 단련된다. 4·13 총선 패배 뒤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 모임이 있었다. 그때가 정국 주도권 탈환의 기회였다. 박 대통령의 계파 해체 선언이 절실했다. 하지만 결단은 없었다.

 홍만표·진경준의 부패 폭로도 기회였다. 그것은 역설로 작동시킬 소재였다. 청와대는 부패 청산의 깃발을 내걸 만했다. 이슈 전환의 선제적 호기였다. 하지만 기회는 사라졌다. 그 회피와 무능력은 우 수석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역공을 당하고 있다. 야당의 공수처 신설 요구는 거세다. 기회를 놓치면 낭패다. 승부의식이 재충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 침체는 깊어진다. 국정 난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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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