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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백남준, 다다익선,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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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논설위원

“아빠, 이런 게 예술품이에요?” 호기심이 가득한 꼬마의 물음이다. 알쏭달쏭, 머리가 어지러웠던 모양이다. 잠시 고민한 듯 아빠가 대답했다. “응~.”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럴 만하다.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나도 선뜻 답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왜? 아이는 자기가 본 대로 말했으니까, 거기에 장황한 해설을 붙인다면 그 또한 ‘사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작가 자신도 종종 말하지 않았던가. “예술은 사기”라고….

여기서 작가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다. 지난 일요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순전히 피서용이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미술품을 보면서 더위를 잊을 요량이었다. 그때 꼬마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술관 한복판에 우람하게 들어선 비디오타워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새롭게 보였다.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도 떠올렸다. 아이 앞에선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크고 작은 TV 수상기 1003개를 18m 높이의 5층탑으로 쌓아 올렸다. 지름 7m, 무게 16t의 거대한 원추형이다. 현대판 ‘바벨탑’으로 불린다. 압권은 수많은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현란한 영상이다. 동서양 곳곳의 사람·문물·풍경이 만화경처럼 이어진다. 때론 눈이 아플 정도다. 나라·민족 등의 칸막이를 뛰어넘으려는 작가의 뜻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온갖 언어가 뒤섞였던 창세기 바벨탑처럼….

알려진 대로 ‘다다익선’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제작됐다.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갈렸던 동서 진영이 스포츠란 이름으로 ‘손에 손을 잡았던’ 대회였다. 백남준은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 일어서려는 한국과 하늘이 활짝 열린 날인 개천절(모니터 1003개) 이미지를 겹쳐 놓았다. 이질적 요소가 충돌하면서도 종국에는 한바탕 신나게 어울리는 만남과 소통의 세상을 희구했다. 그것이 한낮 부질없는 꿈일지라도….

그리고 28년이 흘렀다.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 성화가 이틀 뒤 타오른다. 다다익선, 이 시대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뭘까. 올림픽에선 선수들의 땀이요, 세상에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일 듯싶다. 백남준 10주기를 맞아 요즘 여기저기서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한 세대 전 서울에서 지구촌 안녕을 발신(發信)했던 ‘문화 테러리스트’ 백남준의 유훈이 리우에서도 꽃피었으면 한다. 총과 폭약이 아닌 예술과 스포츠맨십의 반란을….

박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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