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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여론전에 무릎 꿇은 이화여대…학생 100명이 학교 결정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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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화이언.


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 단과대인 ‘미래라이프대’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3일 밝혔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전 9시 개최된 긴급 교무회의에서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반대 농성을 시작한지 6일 만에 학교측이 사업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학교측의 사업 철회를 이끈 이번 시위는 기존 대학가 시위와 결이 달랐다.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시위가 촉발됐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가 처음으로 논의된 건 이화이언(http://ewhaian.com)에서다. 이화이언은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지난달 28일 학교측이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갑작스레 발표하자 이화이언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직장인 단과대가 설립될 경우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 “대학이 등록금 장사를 하려고 한다”가 대표적이다. 본관 점거 농성은 재학생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안건()이었다고 한다. 기존 시위가 학생 대표기구인 총학생회에서 시작됐다면 이번 시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져 실행에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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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총학생회는 시위 현장 사진과 입장문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점거 논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진압 과정과 시위 현장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SNS가 여론전의 통로가 된 것이다. 페이스북과 유투브 등 SNS를 통해 경찰 병력 투입 과정과 학생들의 시위 모습이 생중계됐다.

SNS 여론은 졸업생들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됐다. 각 학과별로 졸업생들이 참여하는 카톡방이 만들어져 가동됐다. 졸업생 수 백명이 모인 카톡방이 하나 둘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한 졸업생은 “정치외교학과 등에선 졸업생 400명 이상이 모인 카톡방이 만들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SNS는 졸업생들의 의견 수렴 통로가 됐다. 자발적인 농성 자금 마련도 SNS를 통해 이뤄졌다. 후배들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영상은 졸업생들을 SNS로 끌어모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SNS의 힘은 쎘다. 학교 본관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은 100여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과정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수 천 명의 졸업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였고 학교측의 결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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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를 졸업한 모델 이현이의 인스타그램. 경찰 투입 기사 등을 공유해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이 확산됐다.



이화여대 졸업생인 모델 이현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찰 병력 투입을 알리는 기사와 함께 “후배님들 동문님들께 정말 미안하고 창피합니다. 반성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3일 오후 3시 현재 5395개의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다. 이화여대 졸업생들도 이에 가세해 졸업장을 반납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이화여대는 경찰 병력이 동원된 지난달 30일 “학내 의견 수렴 과정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3일만에 사업 철회로 입장을 바꿨다. 이 '의견 수렴'에서 '사업 철회'로 입장이 뒤집어지는 과정에서 졸업생들의 반발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SNS 여론전은 학내 교수들도 움직였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보직자 및 소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내용조차 알리지 않은 채로 단기간에 미래라이프대를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학 인문대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학교당국이 대학 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미래라이프 대학’이라는 직업대학을 설치해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했다”며 “이 사업은 학교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총장과 보직자들이 독단적으로 처리해 평교수는 물론 학과장도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① 이대 '미래라이프대' 사업 철회 발표, 그 배경은?
② ‘이대 미래라이프대 갈등’ 인문대 교수 43명도 "폐기해야” 


SNS 여론전에서 패한 이화여대는 3일 “앞으로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란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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