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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생선 손질로 먹고사는 나라→IT강국"…제대로 첫발떼는 공공외교


한국은 값싼 임금으로 생선을 손질해 파는 나라다. 우리 슈퍼마켓에 있는 생선은 이런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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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네덜란드의 중등 지리 및 역사 교과서에 불과 2년 전까지 실제 실렸던 내용이다. 정부는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이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뛰었다. 교과서 집필진을 직접 만나 발전한 지금의 한국에 대해 알렸다. 지역 중심으로 한국어 과정 개설 등의 노력도 병행했다. 그 결과 지금은 ‘한국은 최첨단 스마트폰과 디지털 TV를 만든 부국’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80% 이상의 학교가 채택하는 중·고교 지리 및 세계사 교과서 11종에서 한국에 대한 설명이 ‘경제 이민 발생국’에서 ‘이민 유입국’으로 바뀌었고, 한국을 빈민 다수 거주 국가에서 제외했다. 한국이 중국의 영토였던 것처럼 기술된 부분도 삭제됐다.

이같은 교과서 수정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거나 국가 간 외교적 현안이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다.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되는 생각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바로 공공외교의 나비효과다.

한국의 공공외교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일 최초의 공공외교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다. 정부, 민간, 지자체 등이 나눠서 하던 공공외교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공외교는 군사력, 경제력 등 하드파워가 아니라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자국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외교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 국무부에는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차관이 따로 있고, 그 밑에 차관보만 3명을 두고 있다.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공공외교법 발효에 대해 “우리가 공공외교에 있어선 선진국들보다 후발주자이지만, 이번에 법 제정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공공외교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정부가 민간 분야, 지자체 등과 협력해 총체적인 공공외교 메커니즘을 만드는 임무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외교는 장기적 투자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는 마음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외교법은 외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공외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공공외교 활성화를 위한 계획 수립, 부처간 업무 조정, 민관협력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 외교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와 협의해 5년마다 ‘공공외교 기본계획’을 만들게 된다.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외교 활동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도록 명시하는 등 기존에 산발적으로 이뤄지거나 중복되던 공공외교 사업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정책공공외교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책공공외교는 대외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중점을 둔다는 측면에서 일반적 공공외교와 차이가 있다. 외교의 대상도 일반 국민보다는 오피니언 리더 중심이다.

정부는 특히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 맞춰 대미 정책공공외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막말을 내뱉는 터라 더욱 그렇다. 외교가 소식통은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후보 측에 그런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듣겠느냐. 이런 경우엔 오히려 공공외교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물밑작업은 이미 진행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영향력 있는 차세대 지한파 육성 등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 제정을 계기로 정책공공외교 담당 실무 과와 인력이 생기면서 보다 체계적인 수행이 가능해졌다. 과거 주변국 중심에서 유럽, 중동, 아세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법제도는 마련됐지만, 예산 측면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 공공외교 예산이 1000만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10억 달러), 영국(10억 달러), 독일(8억 달러) 등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본(4억 달러)과 비교해도 40배 차이가 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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