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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첫날 맥 못춘 아베‘306조 화살’

경제는 심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제주체에 믿음을 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블러핑(과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28조 엔(약 305조원)의 부양 패키지 발표를 예고했다. 미리 군불을 땐 셈이다.

일본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300조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각종 정책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일으키려는 특단의 조치다. 지난달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위기에 처한 ‘아베노믹스’에 본격적인 재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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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2일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대형 인프라를 정비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확정했다. 국가의 재정지출과 금융기관의 대출 등을 포함한 사업 규모는 28조1000억 엔(약 306조원)으로 일본이 단행한 경기부양책 중 역대 세 번째로 크다. 300조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며 싱가포르 GDP(327조원)와 맞먹는다.

일본 정부는 2045년 개통 목표인 초고속 열차 ‘리니어 주오신칸센’ 개통을 8년 앞당기는 등 ‘21세기형 인프라’ 정비 사업을 가속화한다.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고용보험료율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존엔 공적 연금을 받으려면 25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했지만 이를 ‘10년 이상’으로 완화해 17만 명이 추가로 받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일본의 실질 GDP를 1.3%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28조 엔 가운데 앞으로 2년간 투입될 ‘새로운 돈’인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출은 7조5000억 엔(약 82조원)이다. 이달 말 의회에 제출할 추경예산안을 통해 올해 4조 엔을 집행하며 나머지는 2017년도 예산안과 특별회계에 편성한다. 사업 규모가 28조 엔으로 늘어난 것은 민간 기업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재정투융자’가 포함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책으로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1.47% 하락한 1만6391.45로 마감했다. 달러당 엔화값도 2일 오전 11시 102.81엔이었지만 발표 이후 치솟아 오후 4시30분 현재 101엔대를 기록 중이다. 아베 정부는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낮춰 엔화값을 떨어뜨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싶어 했지만 시장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는 셈이다.

‘미스터 엔(Mr. Yen)’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올해 안, 심지어 이달 안에 달러당 엔화값 100엔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00엔 선이 깨지면 90엔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브렉시트 유탄 맞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

사카키바라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더라도 엔화가치가 최근 13년 중 최저치였던 지난해의 달러당 125.86엔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적 완화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결국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일시적인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 국내 수출기업에는 상대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2013년 이후 본격화된 아베노믹스는 통화정책·재정정책·성장전략(구조개혁)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함께 쏘며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것을 제1과제로 삼는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일본어로 ‘안 된다’는 뜻인 ‘다메(だめ)’를 빌려 ‘다메노믹스’란 오명까지 얻은 처지다.

조심스럽게 아베노믹스 긍정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소비자물가가 최근 하락세인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3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일본은행의 이자지급 비용이 줄고 정부가 일관되게 경기부양 의지를 천명해 경제 분위기를 개선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기 침체는 (믿는 대로 현실이 되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작용한 면도 크기 때문에 이제는 (정책당국의) 과장과 허풍도 필요하다”며 “경제주체가 믿어야만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일본은 그동안 부진했던 세 번째 화살, 즉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집권 2기의 신(新)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는 것은 성장전략을 통한 신산업 강화, 생산성 향상”이라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 대응 ▶헬스케어 산업 강화 ▶그린 에너지 투자 확대 ▶농업 활성화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심새롬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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