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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부처 ‘3·5·10’ 수정 요구…권익위는 “원안대로”

정부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 처리를 놓고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법제처는 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김영란법’ 시행령안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이른 시일 내에 정부입법정책 협의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협의회는 법안이나 시행령안에 대한 기관 간의 법리적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다.

부처 간 이견은 이날 이익현 법제처 행정법제국장 주재로 열린 정부입법정책 과장급 실무협의회 자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협의회에 참석한 농림부·해양수산부·산림청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식사 3만원 상한은 2003년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기초로 한 것으로 이후 13년간 물가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농·수·축산업계와 임업계 등 관련 업계의 상황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전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주장을 정부 부처가 이례적으로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에 미칠 파급효과와 내수 침체 상황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농림부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해수부는 식사 8만원, 선물·경조사비 10만원, 중소기업청은 식사·선물 8만원을 각각 상한으로 제시했다.

4개 부처의 반대 의견에 권익위는 원안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권익위는 “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경제에 미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렴사회 구축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플러스 효과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제처는 결국 황상철 법제처 차장 주재로 권익위를 포함한 5개 부처 실·국장들이 참여하는 정부입법정책 협의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윤강욱 법제처 대변인은 “실무협의회에서 부처 간의 이견이 분명하게 확인됐다”며 “법 시행일이 9월 28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가급적 이번 주중 정부입법정책 협의회를 열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처 간 이견이 기존 법률과의 충돌 등 법리적 사안으로 볼 수 없는데도 정부입법정책 협의회를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새누리당(농·축·수산물 제외)과 더민주(식사·선물 상한 조정) 등 정치권과 관련 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행령안의 수정 여부는 결국 향후 국무조정실의 부처 간 이견 조정 작업과 이를 토대로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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