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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추돌 50대, 운전면허 갱신 때 뇌전증 숨겼다

경찰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되는 뇌전증 환자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뇌전증 환자가 일으킨 7중 추돌사고의 여파다. 경찰청 교통국은 “뇌전증으로 장애등급을 받은 이들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에 포함시키기 위해 법을 고치려 한다”고 2일 밝혔다.

수시적성검사는 정기적성검사에서 가려내기 힘든 질환 등의 결격 사유를 가진 운전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절차다. 전문의가 포함된 운전적성판정위원회가 자격 여부를 판단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6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중증 뇌전증 환자에 대해서만 이 같은 적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보건소)나 정부(보건복지부)에서 경찰이 진료 정보를 통보받은 환자들로 한 해에 약 300명이 이 검사를 받는다.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17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김모(53)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두 번 뇌전증 약을 복용해 왔다. 약을 먹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입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면허 갱신을 위한 정기적성검사도 받았지만 걸러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6개월 이상 입원하지 않은 뇌전증 환자들은 본인이 말하지 않는 한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김씨도 정기적성 검사에서 자신의 병을 감췄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보건소나 복지부가 의무적으로 경찰에 통보해야 하는 뇌전증 환자 범위를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 전부로 확대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뇌전증으로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은 7000여 명이다.

의학계에서는 뇌전증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병인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뇌전증센터 교수는 “뇌전증으로 장애등급까지 받을 정도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발작을 일으키는 상태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뇌전증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서영지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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