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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새 지하철 20곳 ‘게릴라 낙서’…예술과 범죄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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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 자판기 옆에서 발견된 그라피티. [서울메트로, 뉴시스]

지난달 21일 오전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환승통로 벽면에서 두 손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이 남성이 머무른 시간은 1분 남짓. 남성이 떠난 이후 환승통로 벽면에서는 가로 30㎝, 세로 50㎝ 크기의 ‘그라피티(Graffiti·공공장소에 쓰인 낙서)’가 발견됐다. 그라피티는 의미를 알기 어려운 외국어였고, 유성매직으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측은 관할인 송파경찰서에 공공시설물 훼손 혐의로 이 남성을 신고했다.

이날 발견된 그라피티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잠실역 그라피티 이후 일주일 사이 강남역·건대입구역·합정역·상수역 등 20여 군데에서 그라피티가 연이어 발견됐다.

국내 지하철에서 그라피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인천 계양구 임시 차고지(주박지·主縛地)에 주차돼 있던 열차 한 량에서 그라피티 2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5월에도 서울메트로 소유의 전동차 등에 그라피티를 한 혐의(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로 라트비아인 H(23)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해 2월에는 호주인 A(26) 등이 왕십리역과 안암역 등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그라피티 범행을 저지른 뒤 출국했다.

경찰은 이런 그라피티 행위를 범죄로 보고 엄정하게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서다. 지하철 역사·차량 등에 무단으로 대형 낙서를 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재물손괴(형법 366조)에 해당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러 명이 가담한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그라피티 소동이 일자 경찰청은 “그라피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수사전담팀을 지정하고 본국으로 도주한 외국인에 대해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을 잡기는 쉽지 않다. 새벽 시간대에 은밀한 장소에서 그라피티를 그리고 달아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현장을 잡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잠실역 그라피티 범죄를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으로 용의자가 한 명인 것은 특정했지만 1분 남짓 짧은 시간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사라진 데다 사각지대여서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집중 모니터링을 해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철도 사법경찰대의 김현모 수사관은 “특히 외국인 그라피티 범죄의 경우 범인을 특정하고 나서 잡으려 하면 출국한 경우가 많아 체포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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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프랑스 칼레의 난민촌 벽에 그린 스티브 잡스의 모습. ‘얼굴 없는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였던 잡스를 그려 전 세계에 난민 포용을 촉구했다. [서울메트로, 뉴시스]

그라피티를 범죄로 봐야 하는지 예술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일례로 세계 곳곳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뱅크시(Banksy)는 ‘얼굴 없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뱅크시는 이스라엘이 쌓은 팔레스타인 장벽에 평화의 염원을 담은 벽화를 그리는 등 저항적인 작품 활동을 펼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그라피티를 통해 권력과 자본주의에 물든 미술계 등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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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대생이 술김에 상가에 그래피티했다가…
② 한국 지하철은 새 도화지 … 외국 낙서꾼 70~80명 줄 서


이태호 경희대 미대 교수는 “그라피티는 자유 정신을 대변하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나라는 그라피티에 대한 처벌이 너무 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벽과 도로 등 도시 전체를 시민의 것이라고 본다면 도시에서 일어나는 표현의 자유는 허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라피티 작가 ‘닌볼트’(38·본명 지성진)씨는 “허락을 받지 않고 하는 그라피티는 범죄다. 우리나라 작가도 요즘은 사업자를 내고, 허락을 맡고 벽화 의뢰를 받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그라피티는 비보잉처럼 차세대 한류 콘텐트로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승기·윤재영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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