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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넘는 증권사, 한국판 골드먼삭스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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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부터 키워라. 경쟁력은 뒤따라온다’.

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에 담긴 메시지다.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 또는 8조원이 넘는 증권사에 새로운 업무 허용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는 등 시장의 변화를 촉발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한국판 골드먼삭스’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내년 2분기부터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간편하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외국환 업무도 허용된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기업 고객에 대한 환전(현물환 매매) 업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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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이 8조원 넘는 초대형 IB는 고객의 돈을 받아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슷하지만 해당 증권사가 원금 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현재 은행에만 허용된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허용키로 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어음 발행과 IMA로 조달한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초대형 IB가 주식·채권 인수나 대출·후순위투자·구조화금융 등 다양한 형태의 모험자본을 기업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50% 이상을, IMA 자금은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쓰도록 의무비율을 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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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시 6조7000억원)과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두 곳이다. 현재 3조8000억원인 KB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 연내 합병 예정)도 연말엔 기준을 충족할 전망이다. 당초 금융위는 기준을 5조원으로 하려다 논의 끝에 4조원으로 낮췄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조원에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이 3조원대 초반인 증권사(삼성·한국투자·신한)가 증자를 포함한 자본 확충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자기자본이 7000억원인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도 검토할 만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신규 업무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보다 증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자 여부는 그룹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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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자본 규모가 8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없지만 대형사 간 빅딜 등을 통해 탄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두 회사(미래·NH)는 IMA 업무를 위해 인수합병이나 증자에 활발히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금융위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증권사의 대형화가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강화된 경쟁력이 추가적인 대형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탄생이 목표”라고 말했다.

적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건 맞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딜에 참여하려면 경험치(트랙레코드)가 필요한데 자본력이 갖춰져야만 인수금융 등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실제 IB 육성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덩치를 어느 정도 키워놔야 체질 개선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본 노무라홀딩스(28조1000억원)나 중국 중신증권(25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한참 뒤진다.

하지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2006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나서면서 ‘투자은행(IB) 육성’을 내건 지 이미 10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는 여전히 수익의 절반 이상을 위탁매매에 의존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증권사의 지배구조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단기적인 실적을 내는 데 급급하다는 게 근본 문제”라며 “선두 기업이 M&A에 나서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애란·장원석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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