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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지워진 사람들, 마이너리티의 설움

타타타닥 타이핑 소리가 들리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엔젤섬의 풍광이 화면 위로 흐른다. 20세기 초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수용돼 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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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또르틸라 치난틸라’의 부분. [사진 장진영 기자]

이어 컬러풀한 화면에 등장한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들은 얼굴이 지워진 사람들을 주인으로 맞이한다. 여기에 거대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로 쏟아지는 토르티야까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들은 비디오 아티스트 김세진(45)의 작품 ‘또르틸라 치난틸라’ 안에서 하나로 융합된다. ‘엔젤섬’ ‘12개의 의자’ ‘또르틸라 치난틸라’ 등 3편이 하나로 연결된 이 작품은 4~12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 등에서 열리는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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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 아티스트 김세진. 작가는 “의자는 권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행사 자체가 탈장르, 탈경계에 선 미디어아트 영상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김 작가의 행보 역시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강대 영상대학원을 졸업한 뒤 영국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했다. 1일 서울 망원동 작업실 인근에서 만난 김 작가는 “영국 런던에서 반 년 만에 두 차례 입국 거부 당한 경험이 이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학 생활이 끝난 직후인 2013년이었고 제 전시가 있어서 간 거였는데도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닌 게 문제가 된 거죠. 나중에 알았는데 유학생도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구분되더군요.”

뉴욕 ISCP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이같은 경험을 작품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숙소 인근에 있던 토르티야 공장에서 풍겨나오는 고소한 옥수수 냄새와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멕시코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참 아이러니하죠. 미국 슈퍼 어딜 가도 토르티야를 살 수 있고 두 번째로 많이 먹는 빵인데 아직도 멕시코나 아시아에서 오는 이민자들은 마이너리티의 설움을 겪어요. 이주 역사를 봐도 엔젤섬에 갇혀 있던 중국인들이 부지기수인데 유럽인들은 뉴욕 앨리스섬을 통해 손쉽게 들어올 수 있었고요.”

김 작가는 그간 이미지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던 방식에 과감히 내레이션과 텍스트를 더했다.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하는 데 보다 힘을 기울인 것이다. 여기에 작가가 직접 만든 사운드 효과가 덧입혀 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외 전시에도 활발하게 참여해왔지만 “사실 그동안은 제가 하는 작업에 대한 정의를 묻는 분들이 많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정의를 내리기 조차 힘든 모호한 상태가 바로 대안영상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영상을 다루는 축제가 많아져야 우리나라 예술의 가장 큰 문제점인 획일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가상의 정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호주 여성 감독 트레이시 모팻 회고전과 핀란드 미디어아트 특별전 등 20개국에서 초청된 129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02-337-2870.

글=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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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