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서 ‘관시’ 잘 맺으려면…‘판쥐’이용에 달렸다

기사 이미지

류재윤
BDO 이현 회계·세무법인 고문

중국은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다. 땅은 넓고 물산은 풍부하다. 이 광활한 대륙에서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스갯소리로 ‘아는 형님’이 많아야 한다. 연줄이 필요하다. 이는 곧잘 ‘관시(關係)’로 불린다. ‘친구가 하나 더 있으면 길이 하나 더 생긴 셈(多一個朋友 多一條路)’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한데 이 친구를 사귀는 방법으론 식사 초대만큼 좋은 게 없다. 밥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중국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문화가 다르면 가치관이 다르고 윤리적 기준 역시 다를 수 있다. 그래서인가. 중국인의 사유 순서는 서구인과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예로 서구에선 법규와 이치, 인정 등 세 가지가 있을 때 먼저 법규 준수를 강조하고 이어 이치를 따지며 나중에 인정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그 반대다. 우선 인정에 맞아야 하고 그런 연후에 도리와 법규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인정을 강조하다 보니 부작용 또한 생기지만 중국이 ‘인정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친구 사이에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라(有事?我)’라는 말만큼 서로의 마음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 것 또한 없다. 결국 중국에서 비즈니스의 성패는 이런 말을 나눌 수 있는 중국인 친구를 과연 몇 명이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친구는 어떻게 사귀나. 가장 좋은 방법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판쥐(飯局)’는 회식이나 연회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식사 자리’ 정도로 해석하는 게 더 의미가 와 닿는다. 어려울 때 힘이 될 진정한 중국 친구를 많이 사귀기 위해선 이 판쥐를 잘 이용해야 한다. 판쥐는 교제의 시작이다. 먼저 중국인들이 판쥐를 주재할 때 고려하는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친구로 삼고 싶은 중국인을 식사 자리로 초대할 때 이 방법을 응용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판쥐를 주재하는 중국인의 첫 번째 고려 요소는 비용이다. 얼마짜리 밥을 먹을까다. 값이 비쌀수록 좋다기보다는 상대에게 성의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두 번째는 장소 선정이다. 서로의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소가 적합하다. 세 번째는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괜찮은 지위의 인사를 나오게 하는 일이다. 우리의 손님 치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중국인은 이를 우리보다 더 신경 쓴다고 보면 된다.

일단 중국 손님들을 초대한 뒤엔 자리 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중국에서의 식사 자리는 대부분 원탁인데 기본적으로 주인이 가운데 앉고 주빈은 그 오른쪽에 앉는다. 이어 초청 측과 초대받은 측이 서열 순으로 번갈아 앉으면 된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 제1 주최자 외에 제2 주최자가 있다면 그는 제1 주최자의 맞은편에 앉는다. 한식집은 식탁이 직사각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땐 손님과 주인이 마주 보며 앉는다. 창문 밖 경치가 아름답다면 창을 볼 수 있게끔 문을 등지게 앉히고 “풍광을 감상하라고 일부러 이렇게 자리 배치를 했다”며 양해를 구하면 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는 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식사 자리에 술이 빠져선 곤란하다. 술은 좋은 음식이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꼭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술을 따를 때도 가득 따라야 한다. ‘술은 가득 채우고 차는 반만 따른다(滿杯酒 半杯茶)’는 말도 있다. 술을 마시며 호기를 부릴 필요는 없다. 취해서 횡설수설하기보다는 주량껏, 성의껏 마시며 진심을 보이는 게 좋다. “그 친구는 술 매너도 좋다(酒品好)”는 말을 들어야 한다. 만일 술을 잘 마신다고 상대가 띄어주면 “주량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술 마시는 담력이 있을 뿐(沒有酒量 只有酒膽)”이라는 멋진 농담도 한마디 익혀두면 유용하다. 술을 따를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은 우리는 상대의 잔이 비기를 기다렸다가 술을 따르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에선 수시로 ‘첨잔’을 한다는 점이다. 또 웬만하면 자리가 파하기 전까지 초대한 손님들과 돌아가며 한 잔씩 주고받는 게 좋다. 주량이 안 되면 조금씩 마시더라도 역시 둘이 잔을 맞대는 게 중요하다.

중국 음식은 찬 것에서 따뜻한 순으로 식탁에 오른다. 원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요리는 생선이다. ‘생선을 먹다’는 ‘츠위(吃魚)’의 발음이 ‘먹고 나서도 넉넉하게 남음이 있다’는 ‘츠위(吃余)’의 발음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꼭 이런 순서대로 서비스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다. 또 중국 음식은 가짓수가 많으므로 스스로 잘 배분해 먹어야 한다. 그래서 “식사할 때 끝까지 젓가락 들고 있는 이가 중국 전문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간혹 비위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오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거절해도 괜찮다.
기사 이미지
중요한 건 식사 자리에서 사업상 중요한 이야기를 어떻게 끄집어내느냐다. 솔직히 웬만하면 긴요한 대화를 식사 시간에 많이 할 필요는 없다. 식사 도중 또는 전후에 잠깐 꼭 해야 할 이야기만 나누는 게 더 효과가 있다. 식사 자리는 상대의 마음을 얻는 자리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진심과 정성이 통하면 사업은 저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먼저 친구가 된 후 사업을 한다(先做朋友 後做生意)’는 중국말도 있지 않은가. 식사할 때는 그 자리를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대화 소재는 다양한데 요리나 술의 유래 같은 것도 좋다.

음식에 얽힌 재미나는 이야기는 중국인이 매우 즐기는 화제다. 이때 다소 과장 정도가 아닌 어느 정도 ‘허풍’을 떨어도 된다. 한 중국인 친구의 이야기를 옮기면 이런 식이다. “당신들, 곰 발바닥 요리 중 오른발과 왼발 값이 다른 거 알아? 곰이 꿀을 좋아하는데 이 녀석이 꿀을 먹을 때 왼발로 벌집을 잡고 오른발로 찍어서 먹어. 그래서 오른발에 영양이 더 많아. 그래서 모르는 식당에 가서 곰 발바닥 요리를 시키면 전부 왼발만 나와. 제대로 먹으려면 오른발 달라고 해”. 믿거나 말거나 식이지만 이걸 따질 필요는 없다. 박장대소하며 흥이 났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개인적 경험으론 무협지를 소재로 삼는 것도 식사 분위기를 띄우는 한 방법이다.

판쥐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언가. 상대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국인이 손님을 모실 때의 기본은 ‘예로써 대한다(以禮相待)’이다. 마치 집에 온 듯 편하게 생각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인은 좀처럼 자기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직업이 ‘심리 치료사’란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치료사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는 중국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속내를 보이지 않는 중국인의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바로 체면이다. 중국 문화 속에서의 체면을 우리의 ‘겉치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린위탕(林語堂)은 중국을 다스리는 3대 여신인 체면과 운명, 보은 중 체면을 첫 번째로 꼽았다. 중국인의 ‘체면을 잃는 것(?面子)’에 대한 두려움이 기독교인의 지옥에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강렬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중국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유념할 건 중국의 판쥐엔 처음에 약속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리 예정되지 않은 친구를 부르려고 하면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에선 친구가 친구를 부르고, 나중에 온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부를 때가 적지 않다. 관시의 특징 중 하나인 ‘확장성’이다. 돌 하나를 던지면 호수에 생기는 파문처럼 넓게 넓게 확장해 가는 것이 중국 관시의 독특한 부분이다. 새로운 사람이 와 합석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모임 중에 먼저 자리를 뜨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중요한 건 친구가 부를 땐 달려가는 정성이다. 잠깐 얼굴을 비칠 수 있는 성의 여부가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느냐와 연결되는 것이다.
 
▶차이나 인사이트 더 보기
① 중국의 ‘거친 입’ 환구시보를 어떻게 봐야 하나
② 나이 스물에 사장이 못 되면 대장부가 아니라는 중국


중국은 가깝지만 문화적 차이는 이해할 듯 말 듯 작지 않다. 중국 비즈니스의 성패는 흔히 중국의 규칙을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규칙은 복잡하고 이방인의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로선 제대로 게임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럴 때 요령은 게임의 규칙을 아는 이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바로 중국 친구다. 그리고 이 중국 친구 사귀기에 있어선 밥 먹는 자리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판쥐 활용에 대한 기본 지식은 그래서 필수다.
 
◆류재윤=서울대 중문과를 나와 중국 칭화대 경영학 석사와 베이징대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19년간 삼성의 베이징 주재원으로 일하며 중국 측과 수많은 협상을 했고 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풍부한 중국 현장 경험과 중국 인맥을 쌓았다.

류재윤 BDO 이현 회계·세무법인 고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