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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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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정호승(1950∼), ‘부러짐에 대하여’ 중에서

젊은 시절 만난 거목 함석헌
인생의 고비마다 새 힘 얻어


젊은 시절 함석헌(1901~89)옹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1980년대 초 국내 대학은 신군부의 억압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민주화 시위로 친구들은 구속됐고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친구들이 찾아왔다. 민주화 상징인 함옹을 찾아 뵙자는 것이었다. 서울 우이동에 내려 묻고 물어 댁을 찾아갔다. 30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그는 단아한 한복차림이었다. 세상 고뇌를 짊어진 우리는 앉기 무섭게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침묵 끝에 그가 대답했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허리를 곧추세우게. 늘 바른 자세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게!”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현대사의 거목이 지적하셨던 ‘바른 자세를 지니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그 후 넘어질 때 마다 어디서 힘이 나는지 나는 벌떡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힘들 때마다 정호승님의 이 시에서 함옹과의 향기 나는 만남을 되새기게 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부러짐에 대하여
-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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