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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뜨거운 ‘세금 논쟁’을 기대하며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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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경제부장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38조는 이렇게 딱 한 문장이다. 국민의 납세 의무는 어떤 기본권을 내세우더라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간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다. ‘죽음과 세금.’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죽지 않는 한 세금을 내야 한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 재원이 세금이다. 개인의 재산이나 소득의 일부를 국가가 거두는 이유다.

과다하게 또는 근거 없이 세금을 징수하면 저항과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충돌은 새 체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루이 16세가 나라의 빈 곳간을 채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한 게 발단이었다. 미국의 독립전쟁도 수입되는 차(茶)에 관세를 부과하고 동인도회사에는 무관세 독점권을 준 것에 반발해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이 출발점이 됐다. 세금 논란은 근대 시민혁명의 도화선이었다.

세금은 부(富)를 적절히 분배하는 역할도 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크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세금이다.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부자가 낸 세금을 가난한 이들에게 흘러가게 함으로써(직접 돈을 주기도 하지만 보통 다양한 제도를 통해 돈이 흘러들어가게 한다) 소득 재분배를 꾀하자는 시각이다.

반대로 세금을 줄여야 경제에 활기가 돌아 부자는 물론 가난한 이의 살림살이도 펴진다는 관점이 있다. 세금이 줄면 민간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시각이다. 이 결과 저소득층의 형편도 나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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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증세든 감세든 주장하는 바는 같다. 행복해지자는 것이다. 다만 적절히 나누는 쪽을 중시하느냐, 성장을 중시하느냐, 접근법이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결국 선택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성장 대 분배, 효율 대 형평 같은 대립하는 가치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 세금을 다루는 제도, 곧 세제(稅制)에 국정운영 철학이 담겨야 하는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6년 세법 개정안은 눈치보기의 결정판이었다. 복지를 확대할지, 성장 엔진에 불을 붙일지 어떤 선택도 없다. “지금은 세율 체계를 조정할 때가 아니다.” 이 한마디에는 정권 말기의 구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개정안은 2017년부터 적용된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선 전 세금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7.9%(2015 회계연도 기준)다. 미국(113.6%), 일본(230%), 독일(78.7%)보다 낮다. 한국의 나라살림은 건전한 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앞으로 돈 쓸 일도 많다.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청년 실업, 성장 잠재력 하락….’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 납세자에게서 얼마의 세금을 걷고,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중장기 청사진을 그리는 게 시급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여야는 치졸한 정치싸움을 접고 세금을 둘러싼 정책 대결을 벌여라. 야당이 포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겨냥한 선제 공격이다. 핵심은 ‘부자 증세’다. 더민주는 연소득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41%로 올리는 개정안을 앞세웠다. 법인세율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500억원 초과 구간에 25%를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응답해야 한다. 야당의 ‘부자 대 서민’ 프레임에 휘말릴까 두려워 회피하면 안 된다. 야당이 부자 증세를 외쳤다고 납세자가 모두 열광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자에게서 세금 걷어 가난한 이에게 퍼준다고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세금과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해 생산적인 논쟁의 장에 나서야 한다.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감세 공약을 공격했다. “레이건은 거짓말쟁이다. 그는 세금을 올릴 것이다. 나는 유권자에게 사실을 말할 용기가 있다. 증세(특히 부자 증세)는 어쩔 수 없다.”(『세금과 선거』, 강원택 편)

유권자는 그럼에도 레이건의 손을 들어주었다. 레이건은 4년 전 선거에서 30%의 감세를 약속했다. 그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유권자는 레이건의 약속을 믿었다.

레이건에 이어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 조지 H W 부시도 88년 ‘나를 믿으세요.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Read my lips: No more taxes)’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90년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세에 동의했다. 부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주었다. ‘Read my lips: No more taxes’ 공약은 대통령의 최악의 여섯 단어로 꼽혔다.

일관되고 신념 있는 정책은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우리는 언제까지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와 이념 대결 등에 휘둘릴 것인가. 이제 선거는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 그 첫걸음이 ‘세금 논쟁’이다.

김종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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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