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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북자 100명 때 정책으로 3만 명 다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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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정부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을 특정 지역에 건립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우리의 보금자리가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호소문을 뿌리고 ‘밀실야합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반대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다. 남북통합문화센터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문화 편의시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문제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대해선 많은 관심과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 그런데 왜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우리는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에 살고 있다. 1980년대까지는 휴전선에 근무하던 북한군 출신들이 연간 10여 명씩 넘어왔다. 당시는 남북한이 체제 대결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으면서 체제 우위를 선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90년대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군인 출신은 거의 없어지고 굶주림과 ‘고난의 행군’을 피해서 살기 위해 중국을 거쳐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주류가 됐다. 국내 연간 입국자는 99년 100명, 2002년 1000명을 넘으며 대규모로 확산됐다. 2009년에는 2914명이 들어오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탈북 동기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의 문제가 다수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재결합이나 자녀에게 좋은 교육 기회 제공, 경제적 풍요 등이 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호전되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굶주림은 해결되고 있음에도 탈북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먼저 온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 업무는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보건복지부를 거쳐서 97년 이후 통일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들의 자립·자활과 성공적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사회적응교육과 정착금 지급, 주거(임대아파트), 의료, 교육,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 등 한국 사회 정착에 필요한 각 영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지원책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착 수준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러 가지 부적응 사례가 빈발하고, 지역주민들 또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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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은 일반 주민의 2~3배 수준이고 자살률과 이혼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소득과 재산, 정규직 비율도 일반 국민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매우 체계적이고 통일부가 연간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북한이탈주민 지원 예산으로 사용함에도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배타적·비판적 인식이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결사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다양한 직업과 학력·연령·거주지역·동기를 갖고 연간 수천 명이 입국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간 100명 미만일 때 만들어진 법률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일부 정책을 추가하고 있다. 남북 관계와 국제질서의 변화, 탈북자 발생 규모와 배경 및 탈북 동기, 인구학적 특징의 변화를 반영해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특수한 대상으로 간주해 일반 주민들과 별도의 지원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역사회 적응과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는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교육기관과 지원센터(하나센터), 탈북 청소년만을 위한 대안학교와 그룹홈이 대부분이다. 집에서 가까운 사회복지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십㎞ 떨어진 북한이탈주민 전용 지원시설에서 교육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는 명목상 일반 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러다간 북한이탈주민 전용 소방서와 보건소·병원 건립을 추진할지 모를 일이다.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곁에 있음에도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시설이 굳이 필요할까.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는 이러한 시선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도 새로운 이주민이기 때문에 초기 사회적응교육은 별도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과 교육은 기존의 지원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이웃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책의 중심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은 국내에 입국할 때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 주민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동등한 남한 국민으로 살아가려 애쓸 것이다. 정부는 당사자에 대한 적정한 지원과 함께 남한 주민들의 배타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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