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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휴가철 콘도 잡아달라” 기업에 부탁만 해도 위법

오는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일들이 위법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 적용 대상 중 숫자가 가장 많은 공무원과 이들을 상대하는 기업체 대관·홍보 담당 직원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엔 관행이지만 시행 후 불법행위로 간주될 만한 일상 속 상황들을 하루 일과에 맞춰 재구성했다. 박은재(법무법인 율촌)·홍탁균(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거쳐 위법성 여부를 따졌다. 명백한 법 위반 사례가 많았지만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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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법률자문 받아보니
공무원, 친한 대학 후배 기자와 점심
두 사람 음식값 10만원 계산하면
‘사적 자리’‘직무 관련’판단 엇갈려

◆중앙부처 4급 공무원 A씨의 하루=오전 8시 사무실로 출근한 A씨는 책상 위에서 작은 우편물을 발견했다. 과거 행사를 함께 진행했던 기업체 쪽에서 ‘외국관광객 홍보 유치를 위해 관계 기관 및 여행사에 초청권을 보내는 것이니 방문해 달라’며 공연 안내 책자와 초청권 4장을 보낸 거였다. 입장료는 한 명당 3만원.

→A씨가 이를 받아 공연에 간다면 법 위반이다. 초청권 한 장은 법에서 정한 선물의 기준인 5만원을 넘지 않지만 4장을 한 번에 줬기 때문이다. 또 과거 사업을 함께했던 만큼 직무 연관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크다.

A씨는 오전 업무를 마친 뒤 한 신문사 기자와 점심 식사를 했다. 기자지만 대학 때부터 가까이 지낸 학교 후배다. 1인당 5만원 상당의 코스 요리를 시켰고, 직접 계산했다.

→직무 관련성 해석 면에서 의견이 갈렸다. 홍 변호사는 “오랜 선후배라 해도 공무원과 기자 사이엔 직무 관련성이 있어서 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박 변호사는 “대학 후배와 사적인 자리라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쯤 지방 출장을 다녀온 후배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준 것이라며 기념품(세트당 4만원) 10세트를 건넸다. 직원들과 나눠 쓰라는 취지로 줘서 받았다고 설명하면서다.

→직원 한 명씩 특별히 정해 기념품을 받아온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았다. 홍 변호사는 “만약 알아서 나눠주라고 하고 받은 것이라면 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며 “하지만 한 명씩 정해 보내온 것이라면 5만원 이하이므로 문제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홍보팀 차장 B씨의 하루=회사에 출근한 B씨는 오전 10시쯤 친하게 지내던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 몇 주 후 가족과 2박3일 여름휴가를 갈 생각인데, 마침 해당 지역에 B씨 회사의 콘도를 이용하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었다. B씨는 “휴가철이 되면 방이 없는데도 예약을 부탁하거나 싼값에 숙소를 이용하고 싶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 모두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홍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하는 것을 모두 금지한다. 콘도 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선물 기준 5만원을 넘을 것이므로 약속만 했어도 B씨 역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실제 콘도 사용권을 주면 ‘법인’도 금품 제공 주체로 인정되며 법인, B씨, 공무원이 모두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국회의원 보좌관과 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해당 보좌관은 다음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B씨는 6000원의 커피값을 계산했고 보좌관에게 “다음주 출장이 있어 결혼식을 못 간다”며 축의금 10만원을 미리 건넸다.

→축의금만 놓고 보면 10만원을 넘지 않아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커피값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커피 제공 시간과 결혼식 시기가 떨어져 있으므로 합산되지 않고 10만원 이하 축의금을 준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커피가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공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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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B씨는 출입 기자들과 저녁 및 술자리를 마쳤다. 택시를 불러 그중 취해 있는 한 기자를 태운 B씨는 택시비 2만원을 대신 지불했다.

→애매한 상황 같지만 두 변호사는 “경조사비를 제외한 다른 금전을 받으면 액수를 불문하고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윤정민·박민제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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