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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30분 뒤 2.6㎞ 북쪽서 둥둥…서남해 ‘표류 지도’ 만든다

지난해 10월 27일 낮 12시쯤 전남 고흥군 내나로도 동쪽 약 9㎞ 해상. 주변을 지나던 여객선의 선장이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일주일 전 실종된 어민 이모(60)씨였다. 해경은 같은 달 20일 이씨가 여수시 남면 대두라도에서 소형 가두리 양식장 관리선을 타고 금오도로 가던 중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한 상태였다. 사람이 빠지면 그대로 있지 않고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는 바다의 특성 탓에 표류 지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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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과 자료 구축에 나섰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31일 “연안 사고 때 효율적인 수색을 위한 인체 모형 표류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배에 탄 어민이나 관광객이 바다에 빠질 경우 해류와 조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자료화해 일종의 ‘표류 지도’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위치발신기 단 220만원짜리 더미
완도군 신지도 해상에 띄워 추적
해류·조류 따른 이동지점 알아내
사고 잦은 여수·목포·군산·부안 등
20곳 추가 실험 뒤 구조자료 활용
“서남해만 말고 모든 해상 실험을”

해경은 이를 위해 인체 모형(더미·dummy)을 활용했다. 길이 1m70㎝, 무게 70㎏짜리로 성인 남성의 신체 조건과 비슷하다. 재질은 폴리염화비닐(PVC). 목재 마네킹 등을 이용할 경우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을 머금으면서 모형이 썩거나 실험 조건이 바뀔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가격은 개당 220만원. 인체 모형에는 무전기 형태의 위치발신 장치를 달았다.

첫 실험은 지난달 26일 전남 완도군 신지도 남동쪽 1.3마일(2.08㎞) 해상에서 진행했다. 이곳은 완도 지역에서 손꼽히는 해상 사고 다발 지점이다. 썰물 때인 오후 3시30분에 완도해양경비안전서 소속 경비정 P66정(50t급)에서 더미를 바다에 투하했다. 위치 신호가 실시간으로 P66정으로 송신됐다. 더미는 오후 5시40분에 신지도 동쪽 1마일(1.60㎞) 해상에서 발견됐다. 2시간10분간 북쪽으로 1.6마일(2.57㎞) 표류한 것이다.

해경은 이런 실험을 완도 해역을 비롯한 서남해에서 약 한 달간 진행키로 했다. 완도해경·여수해경·목포해경·군산해경·부안해경은 각 관할 해역 중 사고가 빈번한 4~5곳을 정해 실험을 한다. 총 20여 개 지점이다. 한 지점에서 밀물과 썰물 때 최소 두 차례 이상 실험한다. 각 실험 결과는 해당 경비정의 단말기로 전송되고 화면으로도 볼 수 있다.

더미를 이용한 표류 실험 결과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해안선이 복잡하고 양식장이 많아 표류 지점 예측이 쉽지 않은 서남해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해경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실험 결과를 바람과 조류 속도 등 수치를 입력해 활용하는 기존 표류예측시스템과 연계해 쓰면 더욱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인 구조로 수색·구조 활동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들어가는 비용 절감 효과도 낼 것으로 해경은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을 서남해에 한정하지 말고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해상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해양경찰학) 교수는 “더미를 이용한 실험은 이론을 극복해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라며 “3면이 바다인 만큼 전체 해상의 실험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분석한다면 현재의 불완전한 표류예측시스템을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해상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신고를 접수한 뒤 구조팀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사고 지점이 아닌 예상 표류 지점을 정확히 찾아 수색하는 게 관건”이라며 “골든타임 내에 효율적인 수색을 하기 위한 상세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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