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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난 알아요’ ‘컴백홈’ 없는 서태지 뮤지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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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윤형렬·김수용·황석정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페스트’는 완벽한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미래 도시가 배경이다. 손호영(오른쪽 두번째)이 시스템에 저항하는 리유역을 연기한다. [사진 스포트라이트]

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의 히트곡을 꼽자면? 1992년 세상에 그를 알린 데뷔곡이자 한국적 랩의 원조 ‘난 알아요’와 댄스곡의 전범 ‘환상속의 그대’가 우선 떠오른다.

대표곡 6개 빠진 뮤지컬 ‘페스트’
제작진 “흐름과 안 맞아 제외했다”
기대했던 관객들 “앙꼬 없는 찐빵”

한국 전통과 접목시킨 2집 수록곡 ‘하여가’는 최근 음악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불러 화제를 일으켰다. 제도교육의 허상을 꼬집은 ‘교실 이데아’,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은 ‘발해를 꿈꾸며’ 등 그의 음악엔 시대 정신이 새겨져 있었다. 95년 발표한 ‘컴백홈’ 덕에 10대 가출이 줄었다고 하지 않던가. 언급된 6곡은 단지 인기만 높았던 게 아니라 완성도, 음악사(史)적 의의, 사회적 반향 등을 두루 충족시켰기에 명실상부 ‘명곡’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무대에 오른 서태지 뮤지컬에서 ‘대표곡 6선’중 단 한 곡도 들을 수 없다면 과연 믿겠는가. 지난 달 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페스트’(연출 노우성)가 그렇다. 서태지 노래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임에도 2시간30분 러닝타임 내내 ‘정말 서태지 맞아?’ 싶을 만큼 친숙한 선율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뮤지컬에 나온 서태지 노래는 20여곡. 그나마 알려진 것이라곤 ‘너에게’(2집), ‘시대 유감’(4집), ‘라이브 와이어’(7집) 정도였다. 비틀즈 뮤지컬 올리면서 ‘예스터데이(yesterday)’ ‘렛 잇 비(let it be)’ ‘헤이 주드(hey jude)’가 다 빠진 꼴이다.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 “대표곡 몽땅 빼놓고 만들 수 있다니, 그것도 재주”란 반응이다.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전염병에 감염된 암울한 미래 사회를 폭로한다. 제작진은 “‘난 알아요’ ‘컴백홈’ 등은 개성이 뚜렷하고 메시지가 분명하다. 작품의 전반적 흐름과 섞는데 한계가 있어 불가피하게 제외 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역으로 명곡을 살리기 위해 스토리를 바꿀 순 없었을까. 그토록 드라마가 중요했다면, 서태지 명곡을 조명할 의사가 없었다면, 차라리 서태지 노래를 차용한 ‘카뮈 뮤지컬’이라고 하는 게 순리일 듯싶다.

여태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 히트곡을 갖고 이야기를 엮느라 무리한 설정과 개연성의 실종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반면 뮤지컬 ‘페스트’는 정반대편에 선, 구성력을 높이기 위해 노래를 포기한 선례로 남을 듯싶다. 서태지가 실험적 스타일로 기존 음악시장을 뒤흔들었던 것만큼, 제작진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다”고 항변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말(本末)이 전도된 게 파격일 수는 없다. 온전한 형태의 서태지 뮤지컬를 만날 순 없는 걸까.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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