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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흙 벗삼아 놀다보니…벌써 일흔일세

전시명이 난만하고, 해학이 넘친다. ‘놀다보니 벌써 일흔이네: 유희삼매(遊戱三昧) 도반 윤광조·오수환’이란 제목 풀이만으로도 이야기가 한 아름이다.

2인전 연 오수환·윤광조씨
그림 40점, 분청 40점 나란히 전시
전통적 소재에 현대성 불어넣어
“대립하는 세상, 조화 말하고 싶어”

일흔 살 동갑내기 도예가 윤광조 씨와 화가 오수환 씨가 함께 도를 닦듯 걸어온 예술의 길, 그 매임 없이 자유롭고 극진한 경지를 요약한 한 줄이 관람객을 부른다. ‘놀다보니’와 ‘유희’는 흥을 돋우고, ‘도반’과 ‘삼매’는 가슴에 와 닿는데, ‘벌써 일흔이네’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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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과 성상을 드로잉해 얻은 선(線)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 앞에 선 화가 오수환(왼쪽), 타래쌓기와 뿌리기 등 자유로운 기법으로 내용을 넘치게 한 근작 앞에 선 도예가 윤광조씨. 두 사람은 동갑이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달 27일 서울 인사동길 가나아트세터 전관에서 개막한 2인 전은 부처바위처럼 과묵한 오수환 씨, 도인의 풍모로 좌중을 휘어잡는 윤광조 씨 두 사람의 등장으로 묵직했다. 지하 1층과 지상1층을 채운 윤 도공의 분청 40여 점, 2~4층에 그득 걸린 오 작가의 그림 40여 점이 모처럼 한국 미술의 오늘을 돌아보게 했다. 두 사람 모두 전통의 정신을 몸으로 이어받은 속에 현대성을 녹여 넣는 업에 평생을 받쳐왔으니 그 혼신의 기력이 이들 작품에 남았다.

원래는 한 명이 더 있었다. 22년 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의 미, 그 현대적 변용’전에는 두 사람과 함께 한국화가 황창배(1947~2001)가 우리 미술의 원형을 계승하는 예술 벗으로 나란했다. 후학의 성정을 눈여겨본 스승이 이들을 묶어준 예도(藝道)의 선구였다. 화가 장욱진(1917~90)은 1970년 후반에 이들을 알아보고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매달리는” 천상의 체질을 독려했다.

이번 전시제목을 지은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장욱진 화백 줄기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순전히 한국 토양에서 연찬에 연찬을 거듭해온 순 국산의 작가정신, 우리 토양에서 우리 특유의 소재를 붙잡아 세계적 척도와도 씨름하게 된 그런 경지에 올라섰다”고 평했다.

오수환의 작업은 적막 속에 격(格)이 서린 붓의 흔적, 그 직관적 선(線)으로 응축된다. “이 시대의 그림은 검정색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검은 선이 애도의 통곡처럼 화면을 감돈다. 세계 각국 박물관에서 만난 성상(聖像)과 불상(佛像)을 드로잉한 뒤 그 선의 흐름 따라 삶의 근원과 죽음에 대한 관조를 떠냈다. 대조되는 두 폭을 대련(對聯)처럼 건 그림은 “대화를 하자”는 작가의 뜻을 담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이 격렬하게 쟁투하는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는 “병치의 미덕, 조화의 새로운 자극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광조의 도예는 10년마다 변화하며 오로지 ‘자유스러움’을 추구해온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산동(山動)’ ‘혼돈(混沌)’ ‘심경(心經)’ 같은 제목이 변신을 향해 ‘미친 듯’ 달려온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1970년대에 분청 기법을 다 실험하며 형태의 변화를 둘러본 뒤 80년대에는 기술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자각을 얻었다. 물레를 버리고 손으로 흙가래를 만들어 쌓아올리는 ‘코일링 기법’으로 순리를 찾았다. “내용의 끄트머리가 형식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난 뒤 신이 났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흙과 불을 붙들고 노동집약적 삶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2시 전시장에서 도예가 윤광조씨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6-1020.
 
◆오수환·윤광조=오수환씨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여대 명예교수로 일하며 대표적인 한국 현대 추상회화 작가로 꼽힌다. 1996년 김수근문화상을 받았다. 윤광조씨는 홍익대 공예학부를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현대 도예작가로서 분청도자기를 세계에 알렸다. 1979년 공간도예대전 우수상,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8년 경암학술상 예술 부분을 수상했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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