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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더민주에 김종인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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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하 경칭 생략)가 지난주 독도를 찾아 하룻밤을 보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이어 대권주자급 정치인으로는 처음이다. 필자는 문재인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독도에 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더민주가 그동안 독도를 놓고 어떤 블랙코미디를 벌여왔는지만큼은 알고 갔기 바란다.

문재인 한 명만으론 수권 보장 안 돼
경선 판 키울 ‘킹메이커’ 존재 절실


2012년 8월 10일. MB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은 “한·일 관계를 파탄 낸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고 격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1년 전인 2011년 5월엔 MB 보고 “독도 가라”고 난리 친 게 바로 민주당 사람들이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북방 도서(구나시리)를 찾은 게 계기였다. 민주당은 홍영표 원내대변인 명의로 “우리 대통령은 왜 독도를 방문하지 않는지 국민은 의문스러워한다”는 성명까지 내며 등을 떠밀었다. 1년 뒤 이뤄진 MB의 독도 방문은 민주당이 하라는 대로 한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칭찬은커녕 “한·일 관계가 걱정된다”며 MB를 맹공했다. 그렇게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당이라면 차기 대권 핵심 주자인 문재인의 독도 방문도 자제시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더민주는 독도를 찾은 문재인의 사진을 사방에 돌리며 선전하기 바쁘다.

일본 문제에 관한 한 “나는 로맨스, 남은 불륜”이란 자가당착의 극치를 보여주는 게 더민주다. 이들의 생각은 이렇다. “새누리당은 친일세력이라 일본에 관한 한 뭘 해도 반민족적이다. 독립세력 적통인 더민주만이 일본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우리가 독도를 찾으면 애국, 새누리당이 독도를 찾으면 매국이다.”

“더민주는 종북이니 새누리당만이 북한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비뚤어진 인식이다. 따지고 보면 김대중·노무현만큼 일본과 가까이 지내려 힘쓴 대통령도 없다. 서울 시내 대로변에 일본 문자 간판이 버젓이 걸리게 된 건 김대중의 일본 문화 개방 덕분이었다. 노무현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다들 국익을 생각한 결단이었다.

더민주가 이런 역사를 뒤로하고 감성팔이 외교놀음을 이어가는 한 문재인이 아무리 ‘민생·안보 정당’을 외쳐봤자 믿을 국민은 없다. 더민주가 진짜 안보정당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건 김종인이다. 그가 북한 궤멸론에 이어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불가피론을 천명하면서 국민은 더민주를 달리 보게 됐다. 김종인은 사드 반대를 외치는 더민주 의원들에게 “①국익 차원에서 중국을 걱정해 이러는가 ②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③성주 주민을 위해서인가 ④현 정권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정치적으로 얻을 게 있다고 봐 이러는가”라고 물었다. 정곡을 찌른 질문이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답은 ④이기 때문이었다. 김종인은 ‘현대판 김성일’인 더민주 의원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다. 식자층에서 “그나마 김종인이 제1야당에 버티고 있어 다행”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김종인의 대표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이면 더민주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추미애·송영길 등 친노 표가 급한 당권주자 모두가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더민주가 ‘도로 민주당’이 되면 새누리당이 아무리 죽을 쒀도 수권의 길은 요원하다.

더민주가 집권하려면 김종인이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 달랑 문재인 한 명뿐인 대권후보 메뉴표로는 손님을 끌 수 없다. 김종인이 손학규 등 다른 인물들을 끌어들여 판을 키워야 장이 설 것이다. 더민주의 숙적인 안철수를 끌어내릴 위력도 김종인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사드 정국에서 안철수가 안보 아마추어임을 드러내게 만든 게 김종인 아닌가.

비례대표만 다섯 번을 지내고 오래전 정계를 떠났던 올드보이 김종인의 부상은 물론 비정상이다. 칠순 노인을 제1야당 대표로 모셔와서라도 유권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신세가 된 여의도 정치의 비극이다. 그러나 김종인이 문재인과 친노의 비뚤어진 대외관과 비타협적 투쟁노선을 바로잡는 데 이바지한다면 그는 위기의 한국 정치를 구해낸 전략가로 후대에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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