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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샤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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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기자라는 직업이 참 재밌는 동시에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서 이동이다. 출입처를 바꿀 때마다 취재원은 물론 출근하는 근무지와 업무 흐름 등이 싹 바뀌기에 어떨 땐 마치 직장을 옮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발령 전후의 부서가 담당하는 분야의 간극이 클수록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소셜 미디어 전략을 짜고 모바일 콘텐트 포맷을 개발하고 독자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다 최근 패션업계와 화장품업계, 외식업계, 그리고 레저산업까지 두루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부서를 맡고 난 후 오랜만에 다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처음엔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만 생각했다. 하루 종일 숫자(데이터)만 들여다보면서 디지털 콘텐트 포맷이 어떠해야 하느니,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달라졌느니 하는 주제를 주로 고민했던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이젠 럭셔리 패션 브랜드 관계자와 마주 앉아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리는 악어 가죽 핸드백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심지어 럭셔리 업계 쪽 관계자들과 얘기를 해봐도 이전과 지금 부서 간의 간극은커녕 오히려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는 점이다. 무슨 대화를 하든 결국 손에 잡히지 않는 온라인 세계 속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숫자로 확인할 것인지로 귀결되니 말이다.

 최근 방한한 스페인 슈즈 브랜드 ‘캠퍼’의 미겔 플룩사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고객 정보 등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패션업체 CEO의 발언인지, 아니면 IT 기업 CEO의 발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최근 샤넬이 국내 오프라인 잡지에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래 고객인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디지털을 택한 측면도 있지만 투명한 데이터 없이는 광고든 뭐든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고객을 상대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결정이기도 하다. 디지털은 콘텐트의 확산이나 광고 효과가 노출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드러나 고객이 원하는 걸 파악할 수 있지만 그동안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에 소홀히 했던 오프라인 잡지로는 샤넬이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콧대 높기만 하던 샤넬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그런 디지털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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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