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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글썽인 '푸른 눈의 수행자'···현각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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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출신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절망’을 토해냈다. 그는 “8월 중순이 한국에 대한 마지막 공식 방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 불교와 인연을 끊겠다는 뜻은 아니다. 현각 스님이 울분을 표출한 데는 오랜 세월 애를 써도 뚫리지 않았던 ‘조계종의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있는 그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인터뷰의 기억을 돌이켰다. 순천 송광사에서 막 동안거(겨울철 석 달간 선방에서 하는 수행)를 마치고 올라온 현각 스님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었다. 독일에 머물던 그는 석 달 짬을 내 한국에 와서 수행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인문학으로서의 불교'를 주제로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설 때였다. 현각 스님은 “지난 겨울에 외국인 행자가 한 명 없어졌다”고 했다. 출가를 위해 머리를 깎았다가 중간에 도망간 것이다. 그는 “이번 주에도 한 명, 내가 올라오기 직전에도 외국인 행자가 한 명 사라졌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건 분노와 아쉬움이 범벅된, 그런 눈물이었다. 오늘의 이 사태를 예견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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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
“외국인이 멀리 한국까지 와서 왜 머리를 깎겠나. ‘참 나’를 찾기 위해서다. 그걸 위해서 우리는 바다를 건너왔다. 그런데 조계종 스님이 되는 건 너무 어렵다. 외국인 행자에게는 아예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그건 절집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무엇이 그토록 절망적인가.
“머리 깎은 행자가 스님이 되려면 우선 사미계를 받아야 한다. 그걸 받으려면 ‘한국어 능력시험(TOPIK)’ 1급을 취득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규정상 사미ㆍ사미니계 수계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 또 비구가 되기 위한 승가고시는 한국어로 출제되는 필기시험이다. 똑같은 내용의 시험을 외국어로는 볼 수가 없다.”
한국어 능력시험 1급을 따기가 힘든가.
“행자 생활은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된다. 낮에 동국대나 중앙승가대, 아니면 전통강원을 다녀도 숙제할 시간이 아예 없다. 절집에서 온갖 일과 심부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낯선 한국어를 어떻게 익히겠나. 그러니 시험을 봐도 계속 낙방, 낙방, 낙방한다. 그러다 결국 승복을 벗고 도망간다. 비현실적인 제도가 ‘출가의 꿈’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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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이 출가했을 때도 그랬다. 스승인 숭산 스님은 그에게 “한국어를 배우지 말라”고 했다. 화계사에서 생활하던 그는 스승을 졸랐다. 겨우 설득한 끝에 연세대학교 어학당을 오가며 한국어를 익혔다. 스승의 배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현각 스님은 종립기본선원을 거쳐 1992년 비구계를 받고 조계종 승려가 됐다. 

외국인 출가자에게 ‘한국어 능력시험 1급’을 의무사항으로 못박은 것은 가혹하다. 현각 스님은 “무식한 대책”이라고 일갈했다. 외국인 출가자들 중 상당수가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지의 대학에서 이미 4년 이상 교육을 받은 엘리트다. 영어 외에도 스페인어ㆍ프랑스어 등 제2, 제3 외국어에 능통한 이들도 꽤 있다. 조계종이 지향하는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인재들이다.

그런데도 조계종은 “외국인도 스님이 되면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해야 한다. 불교 의식을 집행해야 한다. 그럼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을 내치고 있다. 한문 원전으로 진행되는 불교 경전 교육도 외국인에게는 큰 부담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외국인에게 유리한 시험 조건을 만들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숭산 스님은 이런 이유로 외국인 제자들을 위해 ‘관음선종’이란 별도의 종단을 만들었다. 현각 스님은 조계종단 소속이지만 숭산 스님의 제자인 계룡산 무상사의 외국인 스님들은 대부분 관음선종 소속이다. 현각 스님은 조계종단을 향해 “우물 안 개구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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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은 지난 3월 독일 뮌헨 근방의 레긴스부르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선원을 열었다. 개원식도 크게 가졌다. 독일로 간 이후 매년 겨울마다 한국에 들어와 송광사 등에서 동안거에 참여했다. 앞으로는 한동안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기간에 독일 사람들을 대상으로 10일짜리, 20일짜리 참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숭산 스님은 그에게 “한국말 배우지 마!”라며 “한국말 배우면 신도들이 자꾸자꾸 찾아와 네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오직 ‘참 나’를 찾는데 집중하라”고 했다. 마주 앉은 현각 스님은 열반하신 스승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숭산 스님께서는 당신네 절집 문화보다 ‘저의 화두’를 더 중요하게 여기셨다. 그러한 스승이 그립다. 나는 지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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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도 이제는 물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위한 불교인가’‘누구를 위한 종단인가’. ‘참 나’를 찾겠다며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출가자들에게 길은 열어주지 못할망정, 자꾸만 장벽을 쌓고 있다. 적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그런 불교’는 없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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