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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줄이는 사회적 효용” vs “국회의원 빠진 건 잘못”

김경빈·전민규 기자


국민 전체의 8%에 해당하는 400만 명이 규제 대상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 올라왔다.


그로부터 1년4개월이 지나 헌재는 ①언론과 사립교원 포함 7대 2 ②배우자 신고의무 5대 4 ③식사비 등 기준 시행령 위임 5대 4 ④부정청탁 불명확성 9대 0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률을 제안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헌재 결정을 ‘환영’했으나 헌법소원을 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를 낮추고 청렴사회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세부 조항의 과잉, 모호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앙SUNDAY가 헌재 선고 다음 날인 29일 헌재 사건의 당사자였던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과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만났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성영훈(56·사법연수원 15기·왼쪽 사진)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권익위가 제안한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인지 그의 말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법은 2012년 8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다. 성 위원장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두고 “지난 5월 시행령안 발표 후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며 “헌재가 그런 국민의 기대를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권익위의 제정안 발표 때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농축산업계·요식업계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수사기관이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성 위원장은 “초기의 혼란이나 시행착오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법을 안정적으로 시행했을 때 사회적 효용과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우려는 ‘소비 위축’이다. “경제 타격, 내수 절벽 등에 대한 염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세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조사 대상을 한정하면 한국은 34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경제 규모나 국가 경쟁력 등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한국의 국격에 맞지 않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부패 척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부패 문제의 심각성이 와 닿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용역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11조5600억여원의 농·축·수산·화훼업계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에서 한 해 동안 법인들이 접대비로 사용하는 돈은 43조6600억원에 이른다고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세청에 신고된 법인의 접대비 총 지출액은 9조9000억원이다. 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접대나 향응에 과도하게 지출됐던 재원이 정상적인 곳으로 재분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이다. 단기적인 소비 위축 등의 문제는 보완적인 정책 수단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식사·선물·경조사비의 허용 상한선인 ‘3·5·10만원’은 어떻게 정해졌나. “지난해 시행령안을 만들면서 공직자 등을 상대로 식사·선물·경조사비 등으로 얼마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와 전문가들의 자문, 공무원 행동강령(2003년 제정) 등을 참고했다. 또 미국·영국·독일 등 CPI 상위 국가들의 사례와도 비교해 적정성을 판단했다.”


-‘3·5·10만원’ 조항을 포함해 시행령안을 수정할 계획은 없나. “법안이 시행되는 9월 28일까지 법안 내용이 부당하다는 명확한 근거나 실증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현 시행령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3·5·10만원’이라는 기준에 대해 2018년까지 집행 성과를 분석해 재검토하라고 건의했는데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수정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성 위원장은 서울남부지검 차장, 대구지방검찰청 1차장, 광주지검장 등을 역임한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해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조사기관은 조사·감사 또는 수사 개시 및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그 결과를 해당 공직자가 소속된 곳에 통보하고 방어·소명의 기회를 주도록 했다.”


-국회의원은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둬 빠져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에 여러 개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안다.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권익위의 의견을 묻는다면 검토를 하겠다. 직역별로 적용 대상자를 명시하는 등 보다 더 구체적인 해설서를 만들고 있다. 정리가 되는 대로 기관과 국민에게 공개해 법 내용을 몰라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하겠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하창우(62·사법연수원 15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헌재 결정이 크게 잘못됐다”는 말부터 내뱉었다. 손에 든 건 78페이지짜리 헌재 결정문이었다. 결정문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표기하면서 설명했다. 하 회장은 “김영란법의 취지는 동의한다”면서도 “명백히 위헌적인 요소들이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3·5·10만원’(식사·선물·경조사비) 조항에 대해 묻자 그는 “본질이 아니다. 시행령은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맞춰 상향 조정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김영란법이 언론통제법·가정파괴법·국민불통법”이라고 비판했다.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빼고 언론을 포함시킨 것, 공직자의 이해충돌 조항을 제외하고 배우자의 신고의무를 넣은 것은 위헌 조항”이라며 “최고 법률가 단체인 변협이 나서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이 나자 즉시 비판성명을 냈다. “헌재 결정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망각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원래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헌법재판관들은 (스스로의) 왜곡된 언론관을 기준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받치는 중요한 근간으로 어떤 국가 권력으로도 규제해선 안 된다.”


헌재 결정문에는 언론이 “(언론은)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부패한 언론에 의한 피해를 국민이 받고 있다”(18쪽)며 “기업인이나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촌지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 뿌리 깊은 악습이 있다”(23쪽)고 적시됐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국민권익위가 헌재에 제출한 부패 정도 조사 결과에서 1위는 건설업자였고 언론은 최하위였다”며 “객관적 자료 대신 여론을 근거로 재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렴사회로 가기 위해 민간 영역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 아닌가. “청렴사회로 가는 것, 이 법 자체의 입법 목적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 법이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게 잘못이란 말이다. 헌재가 합헌 결정으로 정당성을 부여한 이상 권력자는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언론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검경 수사기관이 밥값을 이유로 언제든 기자를 불러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언론을 통제하는 법률은 없다.”


-김영란법으로 재계에선 피해 보는 이가 많다고 주장한다. “일부 소비 위축 등으로 축산업계 등의 피해가 예상될 수 있다. 시행령에 정해진 식사·선물·경조사비(3·5·10만원) 문제인데 이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가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소비 위축이나 관련 업계의 불황은 청렴사회로 가는 거대한 흐름을 놓고 볼 때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문제는 뭔가. “김영란법은 언론통제법·가정파괴법이다. 대상자에 순수 민간 영역인 언론을 포함시켜 헌법이 절대적으로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 배우자의 불고지죄는 간첩죄에나 있는 사항을 가정에 끌어들였기 때문에 가정파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행령에 정해 놓은 금액만 생각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는 얘기가 되는데 ‘불통의 생활화’를 하란 말이다.”


-개정이 필요한 조항은 어떤 것인가. “당초 이 법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등에서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엔 국회의원도 공직자에 포함됐다. 또 공직자 업무 수행 시 친인척 사건을 담당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이해충돌 방지조항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개정법에는 모두 빠졌다. 이는 핵심 조항들로 모두 다시 넣어야 한다. 반면 배우자 불고지죄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하 회장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학교원은 사실상 공무원이지만 어떤 지원도 받지 않는 언론을 공직자와 묶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보수와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뼈아픈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변협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과 다음주부터 개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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