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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우병우 처가 땅 매입가격 놓고 1년간 협상 끌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넥슨코리아에 판 강남역 인근 부지는 2012년 7월 부동산시행사에 되팔려 지난해 센트럴푸르지오시티가 들어섰다. 김상선 기자


진경준(49·구속 기소)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18일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로 옮겨붙었다. 우 수석 처가가 소유한 서울 강남역 인근 땅을 넥슨이 1300억원대에 구입했고,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중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논란이 된 땅은 2008년 작고한 우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네 딸에게 물려준 역삼동 825-20 일대 토지 4필지(3371.8㎡·약 1020평)다. 보도의 핵심은 “우 수석의 처가가 땅이 팔리지 않아 500억원대 상속세를 내지 못해 고민하던 중 2011년 넥슨이 1326억원에 해당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곧 매각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와 절친한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인사 검증 책임자였던 우 수석이 땅 매입건 때문에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정밀 검증하지 않고 넘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우 수석은 법률 대응까지 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지는 강남역 땅을 둘러싼 진실을 살피기 위해 당시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핵심 문건들을 단독 입수해 분석하고 거래 관련인들을 만났다.


넥슨, 서민 대표 친구와 20억원대 용역 계약이 땅을 둘러싼 의혹은 넥슨이 애초 필요 없던 우 수석 처가의 땅을 일부러 사들이지 않았느냐는 데서 출발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팔리지 않았던 땅을 넥슨이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도 일었다. 넥슨은 부지 매입의 이유로 ‘서울 사옥 건립’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넥슨은 2006년 정부의 판교테크노밸리 추진정책에 따라 낙찰받은 3개 블록에 판교 사옥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울에 추가로 사옥을 지으려다가 1년4개월 만에 땅을 넘겼다는 해명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넥슨은 “당시 서울 거주 직원이 많아 서울사무소를 두기로 결정했던 것”이라며 “강남역에 사옥 부지를 알아보던 중 부동산개발업체 산하의 한 시행사를 통해 부지를 소개받았다”고 해명했다. 넥슨이 언급한 시행사는 부동산개발업체인 M사다. M사의 대표 김모(45)씨는 서민(45) 전 넥슨코리아 대표와 고교 동창이다.


김씨는 2008년부터 강남 일대를 돌며 개발할 땅을 물색하다가 우 수석 처가 땅을 발견했고, 2009년 서 전 대표를 통해 넥슨에 공동으로 부동산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김정주 대표의 측근은 “김 대표는 강남역 인근에 땅을 사서 강남 사옥을 만들고 사옥 내부나 그 인근에 게임학교를 함께 만들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판교에 들어설 신사옥에 넥슨 직원 3000명 중 1800명만 수용할 수 있게 되자 강남 사옥에 1200명을 두기로 했고, 이는 내부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게임이나 정보기술(IT) 업체는 우수 인력 유치가 가장 중요한데 인프라 구성이 안 된 판교로 회사를 옮기면 우수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남 사옥을 고려한 이유”라고 측근들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2009년 12월 14일 넥슨은 M사와 20억원 상당의 ‘부동산 매입 용역 계약서’를 체결했다. 계약서엔 M사가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매매 계약 체결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한다고 기록돼 있다. 넥슨이 하필 우 수석 처가의 땅을 찍은 것에 대해 M사 대표 김씨는 “강남역 인근은 개발이 거의 완료돼 그런 규모의 빈 땅은 이곳밖에 없어 내가 넥슨에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3월 넥슨은 M사를 통해 우 수석의 장모인 김모씨와 딸들 앞으로 ‘부동산 매입 의향서’를 보냈다. 넥슨은 땅값으로 처음에 평당 1억2000만원을 제시했지만 우 수석 처가 쪽에선 평당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1년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넥슨은 우 수석의 처가 측과 2011년 3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협상가는 평당 1억3000만원으로 매도인 측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2000만원 낮은 가격이었다. 우 수석 측 부동산 중개를 맡았던 J부동산의 김모 대표는 “대기업을 포함해 400여 곳에서 입질이 왔던 땅”이라며 “평당 1억8000만원까지 부른 곳도 있었지만 워낙 규모가 큰 거래라 땅 주인 쪽에서 회사의 신뢰도와 매입 조건 등을 보고 넥슨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 처가 땅(역삼동 825-34)에 제3자인 조모씨 소유의 땅이 끼어 있어 소유권 분쟁이 있었음에도 넥슨이 구입한 건 특혜라는 지적도 나왔다. 본지는 그 끼인 땅 소유주인 조씨 일가가 작성한 각서를 입수했다. 각서에는 2010년 10월 조씨의 가족들이 평당 1억3000만원씩 총 9억4000만원을 받고 땅에 얽힌 소송과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약속이 적혀 있다. 넥슨 측은 이 땅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벌어졌을 때 승·패소 가능성에 대한 법률 자문을 D법률사무소에 해 ‘패소할 확률은 전혀 없다’는 서면 답변서도 확보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우 수석의 처가가 이 땅의 소유권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아버지인 고 이상달 전 회장이 조씨한테서 이 땅을 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20년간 점유해 시효 취득을 했다는 것이다. 우 수석을 둘러싼 고소·고발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수사 중이다.

2009년 넥슨과 M사 사이에 체결된 20억원대 부동산 매입 용역계약서.


넥슨재팬은 위험하다며 부동산 매입 반대2012년 7월 넥슨은 우 수석 처가로부터 사들인 땅과 100억원을 주고 산 인근 땅을 M사에 1505억원을 받고 통째로 매각했다. 넥슨 관계자는 “일본 주주와 경영진이 부동산 개발은 위험도가 커 게임에 투자하는 게 더 낫겠다며 반대의사를 표했다”고 당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넥슨은 게임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의 벨브, 대만의 감마니아 등 게임개발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었다. 특히 오언 마호니 당시 넥슨재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넥슨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넥슨이 사옥 신축을 포기한 결정적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주 대표는 일본 경영진의 반대에도 끝까지 서울 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2011년 11월 넥슨 이용자 132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지자 게임사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옥 건설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선 취득·등록세 및 대출 이자 등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넥슨이 20억~30억원대 손실을 봤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론 일본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구매하면서 생긴 100억원대 환차익 등으로 약간의 이익을 봤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넥슨이 일본은행에서 130억 엔을 빌린 2011년 10월과 이를 상환한 이듬해 10월의 환율은 100엔당 약 100원이 낮았다.


우 수석 처가, 계약 날도 “못 판다” 갈팡질팡우 수석 처가 측과 넥슨이 매매 계약서를 작성한 날은 2011년 3월 18일이다. 계약은 해당 부지에 있던 삼남빌딩 2층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본지 취재 결과 계약 현장엔 모두 6명이 참석했다. 우 수석 처가 측에서 장모와 딸 한 명, 집사역 이모씨 등 3명, 넥슨코리아 측에서는 부동산 중개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 변호사 2명과 넥슨코리아 사옥 담당 팀장 등 3명이었다. 현장 참석자들에 따르면 계약서 작성 당일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한 참석자는 “우 수석 처가 쪽에서 ‘판다, 못 판다’ 갈팡질팡하고 딸 중 한 명이 ‘아버지 유산인데…’라며 울어서 계약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문제는 우 수석이 계약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다. 우 수석은 당초 “처가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며칠 뒤 기자회견에선 “장모를 위로하러 계약 장소에 갔다”고 시인했다. 넥슨코리아 측 중개인 대표인 D부동산 박모 대표는 “검사 사위가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우 수석이 평일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운 채 현장에까지 달려가 장모만 위로하고 왔는지를 두고는 의구심이 생긴다. 법률 전문가인 그가 직접 매매 계약서를 들여다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의문점은 또 있다. 넥슨이 정말 이 땅의 소유주가 우 수석과 관련됐다는 걸 몰랐느냐는 것이다. M사 대표 김씨는 “1000번을 되새겨 봐도 이 땅과 우 수석이 연계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넥슨 측도 “땅의 소유주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약 당일 우 수석이 직접 계약 장소에 갔고 계약서에 서민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호진·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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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